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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웅에게 받은 생일축하 편지

HIT 868 / 정은실 / 2009-05-20



엄마에게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편지를 미루고 미뤄서 오늘 드리게 되었네요.

고의는 아니지만, 아침에 `꼭 해야지`라고 생각해도 저녁에 까먹어요.

그리고 엄마가 편지를 달라고 하셔서

드디어 오늘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슬프고 기쁜 일 아주 많았어요.

약속을 안 지켜서 슬프고, 할일을 잘 해서 기쁘고,

그래도 슬픈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죄송해요.

그래도 엄마가 용서해주신 게 많아서 감사해요.

 

그렇지만 엄마는 너무 바빠요.

요즘 나가는 일은 적어도 집에서 바쁘니까 별 소용이 없어요.

그래도 엄마는 밥이나 내 일을 잘 챙겨주셔서 좋아요.

지금까지 티는 안냈지만 엄마 목소리가 좋아요.

 

안녕히 계세요.

 

서웅이가 사랑하는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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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이 내 생일이었다.

아이들에게 돈으로 사서 주는 선물은 안 받겠다고 했더니

둘이서 뭔가 막 고민을 하더니만 잊어버렸는지

생일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아무런 축하 메시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서운할 일은 아니지만,

부모의 생일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싶어서 생일선물 기간을 연장시켜주었더니

오늘 저녁에 둘째 서웅이가 한참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적더니 편지를 내밀었다.

 

자기 마음을 참 잘 표현한, 딱 자기같이 쓴 편지를 보면서,

아이의 마음도 보이고, 아이의 성장도 보이고, 내가 더 챙겨야 할 부분도 보여서,

감동도 하고 기쁨도 느끼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엄마가 네 편지가 좋아서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거야, 했더니

서웅이는 안 된다고 하긴 했지만 심하게 거부한 것은 아니라서

겸양의 표시거니 생각하며 이곳에 올려놓는다. ^^

 

 

 

( * 서웅이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