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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나를 안고 달래준 날

HIT 551 / 정은실 / 2009-06-14



금요일부터 시작된 어깨결림이 뒷목 쪽으로 올라가서 목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목 돌리기도 해보고, 부족한 수면도 보충을 해보고, 여러 가지로 이완도 해봤는데

별로 도움이 되질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더니,

지난 수요일에 교재작업을 하느라고 꼬박 밤을 샌 상태에서

목요일 오전 내내 강의를 하고, 연이어 오후부터 밤까지 미팅을 했더니

피로가 누적이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다음 주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3일간의 기획력 향상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신경이 좀 곤두서 있었나봅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그냥 일에 집중을 하다보면 잊어버리겠지 하다가

마음을 돌려서 가까운 관악산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비가 내린 후라 등산객도 별로 없는 한적한 산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풀냄새, 흙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걸었습니다.

신선한 대지의 기운이 온 몸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벗어나서 작은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 별로 밟히지 않은 폭신폭신한 흙의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얼마 들어가지 않아서 키 큰 나무 그늘 아래 긴 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의자에 누웠습니다.

누워서 바라보는 숲의 나무들은 더 크고 아늑하고 그 바람 일렁임이 바다 같았습니다.

일렁이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집 근처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새소리들이 청명했습니다.

딱따구리 소리, 뻐꾸기 소리, 그리고 꼭 엿장수의 가위 소리 같은 새소리...

이따끔 옆으로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소리와 말소리가 들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서 온몸을 이완시켰습니다.

몸은 신선한 숲 기운에 그대로 열리고,

머리가 가벼워지고,

마음으로는 내 목소리가 흘렀습니다.

`이미 너는 답을 알고 있다. 그냥 마음을 따라 흘러라. 너를 신뢰해도 된다.`

 

아마도 20여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것입니다.

눈을 뜨고 바라보니 초록 이파리들이 여전히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3일간 나를 불편하게 하던 뒷목의 결림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숲이 나를 깊게 안고 어루만져주었나 봅니다.

 

숲에서 돌아온지 여러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몸이 편안합니다.

마음이 편안한듯해도 몸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에는 마음보다 몸의 신호를 믿어야 합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작은 불편함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주 숲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더 깊게 나를 만나는 시간을 더 자주 가져야겠습니다.

나를 오늘 숲에 가게 해준 `뒷목결림`이 무척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