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한 어린 영혼을 보내며

HIT 564 / 정은실 / 2009-07-17



3주일 전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자전거로 귀가 중이던 이종사촌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심장이 이미 멈춘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려낸 이모와 이모부는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주에서 서울로 아이를 옮겨왔습니다.

아이는 몇 번 정도 뭔가 조금 나아진다는 희망의 징후를 보이는가 했지만,

계속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결국 오늘 이른 아침 운명을 했습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오늘 하루 내내 아무 것에도 마음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아이가 의식불명이 되었을 때부터

그 어린 영혼의 운명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어린 아들의 운명 앞에서 애간장을 녹이는 이모와 이모부의 슬픔을 보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 놓아버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그 죽음 앞에서 한참을 생각도 느낌도 멈추고 멍하게 있어야했습니다.

 

아이는 운명하기 하루 전부터 몸에 열이 많이 났다고 합니다.

죽음이란 이렇게 마지막 남은 육체의 에너지를 모두 다 쓰고

비로서 몸으로부터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때인가 봅니다.

 

이제 아이는 고통으로부터도 이 삶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는데,

아이의 부모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얼마나 더 힘듦을 겪어야할지,

과연 운명은 아이와 아이의 부모가 이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기를 원했던 것인지

바로 가까이에서 일어난 이 일 앞에서 나는 정말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 몇 시간 후면 아이는 경주 화장터에서 한줌 재가 됩니다.

이모와 이모부는 굳이 먼길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지만,

나는 내일 동생이 떠나게 되는 그곳에서 마지막 기도를 해주고 싶습니다.

열아홉 해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전 생애였던 그 시간동안

그가 보았을 하늘과 대지와 바람과 꽃과 나무와 태양과 사랑했던 사람들을 가슴에 담고

빛나는 모습으로 가볍고 자유롭게 떠나가라고 기도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눈다고 나눠질 수 있는 슬픔이 아니지만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 몸도 가누지 못하고 있을 이모와 이모부를 그냥 한 번 안아드리기라도 하고 와야겠습니다.

 

 

준영아!

 

네 죽음으로인하여,

 

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이 삶이 얼마나 눈부신 것인지, 살아있음 자체가 바로 기적임을

 

또 한 번 배우는구나.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이 7월의 대지를 마음껏 보고 떠나렴.

 

너를 생명처럼 사랑했던 네 부모님에게 사랑의 기운 전하고 떠나렴.

 

아니, 그것조차도 마음 쓰지 말고,

 

빛처럼 바람처럼 가볍게 훌훌 떠나렴.

 

모든 것 다 놓고 이제 온전히 자유로워지렴......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