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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우리 집을 찾아온 첫 매미소리

HIT 585 / 정은실 / 2009-07-22



창문을 열고 거실에 앉아있다가 올 여름 첫 매미소리를 들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구나 싶었습니다.

 

한마리였습니다.

혼자 울기가 머쓱했는지 좀 울다가는 멈추고 좀 울다가는 멈추고 그랬습니다.

긴 땅속 생활을 마치고 올라와서 처음 터트리는 그 소리에 초록빛이 묻어 있었습니다.

짝을 찾아서 자신이 그곳에 있음을 알리는 그 목소리는

매미가 가슴으로 우는 소리였습니다.

이제 곧 이 첫 매미를 따라서 여러 매미들이 나무 위로 기어오를 것이고,

한 밤의 밤을 설치게 하는 그들의 합창이 시작되겠지요.

 

어떤 이들은 그들의 소리를 안 그래도 잠 못 이루는 한 밤의 소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들의 소리가 좋습니다.

별로 아름다운 소리가 아님에도 거침없이 내지르는 그들의 소리에서 나는 당당함을 느낍니다.

때로는 시끄럽게 들리기도 소리이지만,

나는 그 소리 속에서

한 생명의 사이클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며칠간의 그 퍼포먼스를 어여삐 지켜보며

그 생명이 어떤 삶을 살았나 지켜봐달라는 메시지를 듣습니다.

 

한 마리의 매미로 시작된 저 여름의 소리가

머지않아 그들의 합창으로 바뀌겠지요.

그리고 그 어느날 창문을 닫고 잠을 자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즈음에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겠지요.

 

계절은 참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네요.

피부에 와닿는 온도의 차이로,

눈으로 와닿는 빛깔들의 향연으로,

코로 와닿는 계절마다의 꽃향기로,

그리고 귀로 와닿는 뭇생명들의 소리로......

 

아! 마음가는 대로 글을 쓰다보니

올 여름 내가 유난히 첫 매미소리에 반가워하는 이유가 있음을 알겠군요.

 

나도 저 첫 매미처럼 아무도 울지 않아도 두려움 없이 세상을 향해 첫 울음을 터트리고 싶나 봅니다.

매미처럼 내가 또 허물을 벗고 있나봅니다.

매미처럼 목청껏 가슴으로 울고 싶어하나 봅니다.

나른해지는 더운 여름날, 매미처럼 거침없는 소리로 누군가의 잠을 깨워주고 싶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