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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는 나의 의식 - 밤 산책하기와 감사하기

HIT 511 / 정은실 / 2009-09-24



 

요즘 밤 산책이 참 향기롭습니다.

다음 날의 일정을 위해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의 감촉, 풀벌레 소리가 조금만 더 걷고 가라고 나를 잡아당깁니다.

열려 있는 공기와 소리만큼 마음도 쉽게 열려서

함께 산책하는 남편과의 대화도 산책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르익기 때문에

요즘은 산책을 마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끈적이는 여름밤과 찬 기운에 얼굴이 시린 겨울밤 사이에 그리 길지 않은 이 가을밤들이 있습니다.

비록 도시에 살긴 하지만, 좋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 덕분에 한 시간 이상을 걸어도 지겹지 않습니다.

 

한 시간 남짓 산책을 하다보면, 늘 감사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산책로에 가득 찬 나무들에 감사,

맑고 쾌적한 가을밤의 공기에 감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로 편안히 귀에 들어오는 풀벌레 소리에 대한 감사,

하루 내내 바삐 일하고 즐길 수 있는 이 밤 시간의 여유에 대한 감사,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감사,

하루 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

하루 동안 배우고 경험한 것에 대한 감사,

같이 걸으면서 소통할 수 있는 귀한 사람이 곁에 있음에 대한 감사, ......

 

그 감사의 마음이 잠자리에까지 이어집니다.

긴 산책으로 나른해진 몸으로 침대에 누우면,

머릿속으로 하루가 흘러가고, 가슴 가득 오늘 하루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한 감사가 차오릅니다.

 

이제, 밤에 산책을 하는 것과 감사하기는 내 삶의 의식(ritual)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산책 시간은 하루를 돌아보며 성찰하고 새로운 하루의 일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하루하루 특별한 나의 시간들에 감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시간입니다.

오래 걸을수록 오히려 하루동안 쌓인 신체적 피로가 풀리고,

머릿속이 시원하게 열리며 아이디어들이 솟아나오고,

깊게 이완된 마음속으로 묶였던 여러 가지들이 풀려나갑니다.

이러한 산책 시간 자체가 감사함을 불러 일으키고,

그 감사함은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나는 무엇에 감사하는가?’라고 물어보고 답하는

또 다른 의식(ritual)으로 연결이 됩니다.

 

오후까지 강의가 있었던 오늘도 산책하기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오늘 밤 산책은, 내가 이번 강의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에 특히 감사하고 싶은지를

깊게 알아차린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하루를 마치는 자기만의 어떤 의식(ritual)을 하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