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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e & Now) 2000년 8월8일 빛나는 순간의 기록

HIT 512 / 정은실 / 2009-09-26



아주 오래 쌓아둔 먼지 묻은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9년 전에 썼던 시 한 편을 찾았습니다.

그때 나는 뭔가 모를 답답함이 온몸 가득 차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막 돌이 지났고,

조직에서는 승진한 지 5년 차가 되면서 정체기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짐작했던 그 답답함의 이유는,

내가 다시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나는 상담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던 일(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강의)이 아주 재미있었고,

결혼, 출산, MBA 코스 밟기, 승진 등의 큰 일들이 연이어지면서,

그 관심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거의 한계지점에 도달한 것이 2000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회사에 출강을 하시던 외부 강사분의 도움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상담자까지 소개를 받게 되어,

나는 여름휴가 4박5일을 고스란히 쏟아 혼자 강원도로 가서 집단상담을 받았습니다.

나는 낯선 환경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를 부려놓고 그 4박5일 순간순간을 그 장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재미있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고, 혼란스럽기도 했고, 실망도 했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던 그 4박5일을 마친 후,

나는 한 편의 시로 프로그램 소감문을 대신했습니다.

 

오늘 그 시를 발견하고 참 반가워서 이곳에 올립니다.

내 안에 이미 있던 씨앗을 발견한 기쁨이 지금 다시 읽어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때 당시에는 선명하게 그려져 있지 않던 내 삶의 소망과 소명도 보입니다.

9년 전 이맘 때 이 시를 쓰던 그때도 내 삶의 빛나는 순간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으로 인하여,

지금 나는 또 다른 빛나는 순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나요?

오래된 자료들을 펼쳐보세요.

당신이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잠시 잊고 있던 빛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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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e & Now)

 

                                               - 2000. 8. 8. 정은실 (열매)

 

 

작은 씨앗이 하나 가슴에 생겼습니다.

그 씨앗을 키울 물과 양분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날 것이라는 믿음을 만들었습니다.

 

내게 씨앗을 남긴

지난 4박5일간의 침묵과 맞닥뜨림과 흔들림의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그 씨앗을 키울 물과 양분을 내게 선물한

당신과의 귀한 만남이 마냥 고맙습니다.

그리고,

또 한 그루 나무를 키워 내려는 나의 용기와 나의 생명력을 사랑합니다.

 

이젠 너무 나를 힘들게 했던 조급함과 자기불신의 그늘을 걷겠습니다.

귀한 내 씨앗을 밝고 따뜻하고 촉촉하게 길러 보겠습니다.

내 씨앗이 아름다운 나무가 되고 건강한 열매를 맺게 된다면,

그 씨앗들을 나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선물하겠습니다.

그리고, 설령 내 나무가 열매 맺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내 나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사랑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