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행복이란 이름으로 향기롭게 하소서

HIT 507 / 정은실 / 2009-09-27




어제 오늘 대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또 한 편의 `시`입니다. ^^

 

아주 오래 전, 1993년 봄에,

나보다 먼저 결혼하는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시를 썼는데,

가만 들여다보니 결혼에 대한 나의 바람도 같이 묻어 있네요.

떨리는 목소리로 시낭송도 해주었는데,

한 구절 한 구절 다시 읽다보니

그때 그 친구 부부의 모습이 마치 오늘처럼 떠오릅니다.

 

지금은 일본에 가 있는 그 친구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큰 키에 꾸밈없는 모습으로 언제나 `씨익` 웃으며 나타나며 어깨를 툭툭치곤 하던 그 친구,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가슴속에 일어나는 그리움 담아 이곳에 시를 올립니다.

이제 결혼 16년차일 그 친구, 여전히 그날처럼 향기롭게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행복이란 이름으로 향기롭게 하소서

 

                                             - 1993. 4. 11, 친구 귀숙의 결혼을 축하하며, 은실.

 

 

너른 대지 위로 봄이 꽃빛으로 번져오는 4월,

껑충한 걸음걸이로 풋풋했던 단발머리의 친구를

오늘 소담스러운 목련화같은 신부로 만난다.

 

오랜 만남의 끈을 묶어

동행의 언약을 하는 오늘

하이얀 면사포 그늘 아래

너는 수줍은 봄꽃과도 같구나.

 

그저 있음으로해서 마음 든든했던 사람을

손잡아 하나되는 오늘,

스물여섯해 너를 아는 사람들의

헤아릴 수 없는 기억들이

가슴을 적셔온다.

 

어려울 때 웃음을 지킬 줄 알고

아픈 것들에 눈물을 참을 줄 모르던 너는

언제나

꾸밈없이 소박하고 건강하여 고왔다.

 

또 하나의 끈을 이어내려

가정이란 울타리를 엮어가기 시작할 오늘

너의그 설레임과 우리 모두의 축복으로

한 울타리 가득 기원의 씨앗을 뿌리자.

 

언제나 새롭게 삶을 가꾸어갈 수 있는 용기를

두어야 할 것을 둘 줄 아는 인내를

바꾸어야 할 것과 두어야 할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그리하여

평범하지 않은 평범으로

신뢰와 존경의 꽃을 피워

행복이란 이름으로

향기롭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