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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시 한 편

HIT 10653 / 정은실 / 2009-10-26



`가을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김용석님의 시 전문입니다.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참 아름답지요?


주는 것이 더 크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긴 설교보다

짧은 시 한 편이 전하는 메시지가 어찌 이리 강렬하면서도 고운지 한참을 시에 머물렀습니다.


처음에는 꽃눈인지 잎눈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가

앙증맞은 꽃봉오리가 되고

그 속에 이런 빛깔의 향연이 준비되었나 싶게 아름답게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다가

어느 날 땅에 떨어지거나 초라하게 시들고 마는 꽃 한 송이...

하지만 그 꽃이 그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곤충들에게 휴식처가 되고,

꿀을 나누고,

향기를 나누어,

가을에는 또 다른 모습, `열매`로 태어나고,

그 열매를 또 다른 생명들에게 나누어,

이듬해 더 많은 생명으로 거듭하는......

그 일련의 흐름이 눈에 보이며 감탄이 일어납니다.


시인은 이 시에서 나눔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 나눔을 통하여

꽃이 열매로, 열매가 새롭고 더 많은 싹들로 성장하고 변화하고 확장하는 생명의 모습도 느껴집니다.


그대에게는 무엇이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