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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례식을 다녀와서 .....

HIT 662 / 최창순 / 2009-10-28


장례식장에 이 편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부인이 돌아가시기 3일전에 남편이 쓰셨다고 하네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참 아름답네요.

함께 보고 싶어 옮겨 놓습니다.




당신을 먼저 보내며



여보!

천국 문을 막 넘으려는 당신을 향해

나의 마지막 사랑의 고백으로 불러요.


그 동안 정말 고마웠소! 수고 많았소!


불타는 고향 등 뒤에 두고 피난선 타시고

험한 파도 가르는 정처 없는 나그네 길에

새벽제단 주님 앞에서 내 어머님 만나므로

우리 두 사람 서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여

하나님의 귀한 섭리로 우리 한 몸 되었잖소.


이제 막 핀 꽃 한 송이 위에 봄바람 불지 않고

전쟁이 할퀴어간 가난의 가시만 겹겹이 쌓여

얼굴에는 웃음이 일어도 가슴엔 눈물로 젖었으리!


아들 딸 사남매 하나같이 말씀으로 가르친 정성

일곱의 손자손녀 보물같이 가슴속에 고이 품고

삼백 육십오일 하루같이 무릎으로 기른 당신


홀시모 섬기는 며느리, 목회자를 내조하는 아내

여러 자녀 손을 가르쳐야 할 가난한 주부의 고심

겪어보지 않고서야 그 괴로움 누가 다 알까?


생활비 보태려고 그 긴 밤을 지새며 제품 만들고

남편의 학비위해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부끄럼을 마다않고 과수원 찾아 품꾼 된 당신


개척교회 문 닫게 되자 생명 바치자고 했고

섬기던 교회 어려워지자 빚내 헌금하자고

내 마음 약해질 때마다 버팀목이 된 당신


며느리로, 아내로, 사모로, 어미로, 교회장 청소부로,

전도와 심방꾼으로 몇 사람 몫의 일하던 당신

과로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눈을 감았을 때

나는 당신께 천근만근 무거운 죄를 지은자로

당신을 업고 눈물로 참회하며 병원들을 찾았죠.


구십구 퍼센트 가능성이 없다던 그 칠흑 같은 밤

긍휼의 하나님은 당신의 어여쁜 삶 보시고

싸늘한 몸 다시 일으키고 눈을 뜨게 하셔서

삼십오 년간 내 곁에서 해로 해주셨지


선교의 꿈을 안고 타국 땅 객창에 비친 풍경

노신사 부부의 정다운 그 모습 볼 때마다

집에서 기다리는 당신 생각에 가슴 메어져

먼 하늘만 바라보고 언제인가 하는 기대에

내 인생에도 어느덧 저녁놀이 드리우고,


옛 성도들 멀리 바라보며 기도하면서

새 성전 보고 싶어 눈물짓던 그 얼굴

생전에는 다시 못 보게 되니 가슴 아프오.

그러나 생로병사 인생길 그 누가 막으랴!

내가 먼저 가야지 생각하다가도 아니라.

그러면 병약한 당신이 얼마나 괴롭고 서러우랴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대로 먼저 가게 된 것 뿐

나와 맺은 오십칠 년의 한은 말끔히 풀고 가오.


여보! 고마워요! 수고 많았소. 미안해요! 먼저가요!

내 나이 잘 알잖아요. 곧 뒤따라가게 되리이다.

그토록 당신과 나를 사랑해 주셨던 주님 품에서

반갑게 다시 만납시다! 여보! 당신을 사랑해요!


- 2009년 10월 19일 깊은 밤 당신이 그렇게도 좋아했던 못난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