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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에서 내 성장의 징후 발견하기

HIT 572 / 정은실 / 2009-11-02



정말 `마음 준비를 할 사이도 없이` 겨울이 온 것처럼 추웠던 오늘,

나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 달 전부터 내 수첩 11월2일자 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15:00 - 16:50. 서울시 인재개발원. 커뮤니케이션 강의.

그래서 오전에 고객사에서 인터뷰가 있었는데,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나서면서 뭔가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분명히 일정표에는 오늘이 강의라고 적혀 있었는데,

왠지 강의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강의의뢰서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고,

담당자 전화번호도 핸드폰에 넣어놓지 않아서 나는 그냥 가던 길을 갔습니다.


평촌에서, 양재에 있는 서울시 인재개발원까지 가는 일은 충분히 아름다워서,

이내 나는 그 개운치 않음을 잊고 늦가을 길의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역시나, 인재개발원에 도착을 하니, 안내하는 분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다음 주 강의신데요...

그냥 그 얼굴 마주 보고 웃었습니다.

제가 메모를 잘 못 했네요...

좀 민망했지만, 얼른 다음 주 일정을 살펴보니 다행히 다른 강의가 잡혀 있지 않았습니다.

`강의가 있는데 없는 줄 알고 안 간 것보다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내 주의깊지 못했음을 다독거려주며 다시 갔던 길을 돌아왔습니다.


이런 실수는 처음입니다.

보기와 달리 내가 좀 덜렁대기는 하지만,

강의가 아닌데 강의인 줄 알고 가거나,

강의가 맞는데 강의가 아닌 줄 알고 가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강의일자를 착각하고, 1시간 30분이나 시간을 허비한 것,

어릴적 나는 이런 일이 생기면 나를 많이 탓했습니다.

큰 실수 할 뻔 했다 놀라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그랬습니다.

무척 부끄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도 하고 그랬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고 그랬습니다.


빈틈없고 실수하지 않으려 했고 걱정 많던 나에게 이것은 분명 성장의 징후입니다.

오늘 나는 엉뚱한 실수를 한 나에게,

`덕분에, 빛이 쏟아지는 이 황금빛 가을길을 드라이브하게 되었네. 고맙다.`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강의 준비를 한 주 동안 더 할 수 있으니, 더 잘 되었다고 기뻐했습니다.

아예 다음 주 강의 때에 이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요즘 이런 일, 그리고 이와 유사한 엉뚱한 일들에서 내 성장의 징후를 찾고 반가워합니다.

사람이 뭔가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달라진 모습에서 더 편안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편안함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더 넓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

그것은 분명 성장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