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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결혼 15주년 기념일

HIT 664 / 정은실 / 2009-11-16




11월13일은 결혼 15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지난 달에 `삶의 예술 세미나`를 함께 참여하고 제주 올레길을 걷고 오며 미리 15주년 기념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념일은 기념일인데 이번 기념일은 예전과 달랐습니다.


내가 13일부터 15일까지 양평의 한 펜션에서 꿈 테라피를 진행하게 되어,

예전처럼 함께 있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교산은 양평의 그 펜션까지 나를 태워다주고 함께 점심식사만 하고 돌아가야 했습니다.

짐이 많기는 했지만 사실 택시를 타고 나 혼자 갈 수도 있었는데,

기념일에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태워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


그런데, 점심식사 중에 같이 나눈 대화가 참 좋았습니다.


`우리 15년 동안에 뭐가 달라졌지?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지?`


그 질문은 각자의 변화가 아니라, 부부가 되어 경험한 변화를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음... 집이 생겼구나. ^^`


대화는 장난스럽게 시작되었지만,

15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가장 감사한 선물은 우리의 두 아이들이라는 것,

그리고 15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의 영향 속에서, 만약 우리는 다른 이와 부부가 되었다면 분명 다르게 경험했을 것들을

서로를 통하여 경험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서로가 배워야 할 것들이 있는 사람들이 가족의 인연을 맺는다... 특히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정말 부부만큼, 어떤 한 사람의 삶을 오래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경험할 수 있는 관계는 없을 것입니다.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해주는 고마운 인연입니다.

함께 공유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또 사랑하기에,

갈등이 커질 수도 있지만, 그 갈등 너머의 소망을 바라본다면,

배려와 수용과 나눔과 감사, 그리고 축복을 깊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귀한 인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15년 동안 참 좋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잘 배웠고 잘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양평에 있는 뜨락이 예쁜 한정식 집에서,

운치있게 떨어지는 늦가을비 낙숫물을 큰 유리창으로 함께 바라보며,

우리는 미소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