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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냉장고에게서 배웠습니다

HIT 668 / 정은실 / 2009-12-04



냉장고가 고장이 났다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오전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을 오후에 먹으려고 꺼냈는데 많이 녹아있더군요.

어쩐 일이지 하며 다른 냉동식품들을 만져보니 대부분 해동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제야 어제부터 냉장고 문을 열어도 찬기운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서비스 센터에서 오신 분의 첫 질문이, 언제부터 고장이 났느냐고 하시기에,

어제부터 찬 기운이 덜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냉동실을 열어보시더니, 이미 고장난지 오래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성에를 녹여서 제거하셨습니다.

평소 냉장고 정리를 잘 하지 않았더니,

도대체 성에가 냉동실에 끼여 있었는지 어땠는지도 몰랐습니다.

불량주부임이 드러나서 어찌 민망하던지요... ^^


성에가 찬 기운이 나오는 부분을 막아서 냉동실이 기능을 못했고,

냉동실의 찬 기운이 냉장실로 넘어가지 못해서 이 상태가 된 거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이미 여러 날 전에 고장이 났는데도 몰랐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성에가 바람구멍을 막으면서 서서히 기능이 떨어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냉동실에 있었던 냉동제품들이 얼음기능을 했나 봅니다.

그러니까 며칠간 냉장고를 쓴 것이 아니라, `아이스박스`를 쓴 것이지요.


수리를 마친 서비스 기사분은, 내가 다른 가전제품도 아마 이 모양으로 쓰고 있으리라고 짐작하셨는지,

세탁기 청소하는 법까지 상세하게 가르쳐주고 가셨습니다. ^^


냉장고의 물건들을 다시 정리해 넣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늘 잘 알아차리고 있어야겠구나.

고장이 나면 바로 화면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이지 않는 텔레비전과 달라서

냉장고는 서서히 기능이 떨어져서 고장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냉동 제품들의 대부분이 손상이 되어 버리는구나.`


사람의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싶었습니다.

이미 문제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에는 그것을 해결하느라 아주 바빠지거나 해결을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건강도 사람과의 관계도 전문성의 관리도 그와 같은 것 같습니다.


사실 냉장고 고장을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여러 달 전에 성에가 조금씩 끼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도 무심히 넘겼습니다.

고장의 징후를 몰랐던 것이지요.


냉장고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문제들에도 이러한 사전 징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주 피곤해지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입니다.

서로 연락이 뜸해지거나, 대화를 하다가 불편해지는 적이 자주 있다면,

관계를 다시 보라는 징후입니다.

새로운 용어나 최신 트렌드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새로운 견해에 근거 없이 냉소적이 되는 적이 많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늘은 냉장고에게서 배웠습니다.

문제의 징후를 알아차리기, 서서히 나타나는 문제를 잘 알아차리기.

지금 내 마음에 조금씩 두터워지고 있는 성에는 없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