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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내 생애 아주 특별했던 한 해에게-2009년 10대 뉴스

HIT 746 / 정은실 / 2009-12-21


해마다 이맘 때 내가 하는 의식(ritual) 중의 하나인, ‘올해의 10대 뉴스 뽑기’를 해봤습니다.

유난히 사건이 많았던 한 해,

굳이 다이어리를 뒤적이지 않고 지금 내 마음에 떠올라오는 것들을 적어봤습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흘렀네요.


1. 나, 더 힘 있고 자유롭게 사람들 앞에 서다.


나는 올해, 그 어느 해보다,

사고와 감성과 행동의 기운이 일치된 상태로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나를 드러내거나 장을 장악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메시지 자체와 내가 일체가 되며,

내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깊은 마음 상태가 되면서,

나는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소통을 통해서 때로는 힘 있게, 때로는 섬세하게,

강의명상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이 경험은 이전에도 물론 있었지만, 올해만큼 자주 경험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나의 성장이 올해 내 역사의 가장 큰 사건입니다.


2. 아버지, 육신을 벗으시다.


1년 반, 폐암으로 힘들게 투병하시던 아버지가 올해 4월12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셨습니다.

1년 반 동안의 대부분을 우리 집에 계셨던 아버지를 통해서,

죽음이 삶의 한 과정일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과정임을 알았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촛불처럼 사위어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날마다 배웠습니다.

아버지의 힘든 마지막 며칠을 아들보다 더 묵묵히 병상을 지키며 어려운 일들을 해준

남편에게 더 깊은 신뢰와 사랑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가 남기신 선물입니다.

아버지에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들이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남았고,

그래서 더 오래 애도의 기간을 보냈고, 아직도 그 슬픔은 다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내 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은 돌아가신 아버지입니다.


3. 우리들의 첫 책, 2쇄가 나오다.


2008년 12월에 출판되었던 우리들의 첫 책이 올해 7월1일 2쇄로 나왔습니다.

우리의 첫 책은 무엇보다 우리들의 기쁨이었고, 부모님의 기쁨이었습니다.

아마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내가 드린 마지막 큰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기대만큼 팔리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내가 해오던 강의의 큰 틀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었고,

첫 책 이후 나는 강의 자료가 전혀 없어도 이 주제의 강의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내 기존의 지식들을 완전히 정리하여 내 것으로 내재화시켰습니다.

또한 이 책으로 인하여 소중한 고객들을 만나는 감사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4. 아름다운 스승들을 만나다.


살아가며, 삶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알았습니다.

삶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승과 소통하는 것은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분들을 통해서 나는 이미 내 안에 있던 아름다움들을 더 빨리 발견하며 성큼 자랐습니다.

내 안의 많은 씨앗들이 깨어났고, 내 나무들이 더욱 탄탄하게 자라났습니다.


5.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실험하다.


좋은 고객들과의 인연으로, 기존에 없던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하여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향하는 바가 일치하는 고객을 만나, 지향하는 방향대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실행했던 프로그램들은 비교적 성공적이었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필요한 내용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확신을 기반으로 나는 1년간의 실험을 거쳐서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내리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6. 커뮤니티를 통하여 성장하다.


두 개의 커뮤니티 활동을 했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깊게 소통하면서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실험했습니다.

아직 이 활동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활동을 통해서 참 많이 배웠다는 것입니다.

다름에 대하여, 소통에 대하여, 함께 함의 즐거움에 대하여, 함께 함의 어려움에 대해서,

나눌 수 있음의 감사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7. 삶을 더욱 긍정하고 나와 타인을 신뢰하고 사랑하게 되다.


과거에도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긍정적이고자 노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나는 내 안에서 긍정성의 원형이 빛을 발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억지로 그렇게 믿으려 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삶의 아름다움이, 나의 아름다움이, 타인의 아름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운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삶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를,

내가, 그리고 나와 같으면서도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들인지를,

내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어쩌다 가끔이 아니라 늘, 진정으로 깊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올해입니다.


8. 아이들 건강하게 성장하다.


그 어느 해보다 아이들에게 자주 깊은 포옹과 따뜻한 눈길을 보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 두 아이들이

자신들 안에 이미 내재된 자연의 시계에 따라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 내 아이들임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조바심도 실은 나의 조바심이며,

아이들에 대한 염려도 실은 나의 염려임을 알았습니다.

내가 사랑이 커질수록, 내가 편안해질수록 아이들은 더 뽀얗게 피어났습니다.

강의도 회의도 없는 날,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를 하는

사춘기의 두 사내아이들이 함께 집에서 뒹굴며 새처럼 지저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큰 위로이며 기쁨이며 휴식입니다.


9. 꿈 테라피를 안내하다.


우연한 기회에 외부 상담소의 의뢰를 받아서,

2박3일간 일곱 명의 여성들과 꿈 테라피를 했습니다.

2박3일 그들과 함께 포도 단식을 하며,

‘상담도 코칭도 교육도 아닌’, ‘단지 그 장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과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하고자 했던

나의 오래된 꿈 하나를 다시 건져 올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어떤 이론이나 도구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 이론이나 도구를 찾아내는 것임을,

그리고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축적되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경험으로 나는 매달 2박3일 간의 포도 단식을 2010년을 위한 나의 수련의식으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일상과 부대끼며 때로 흐려지려했던 나의 꿈 하나가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10. 개인과 조직의 조화지점을 찾다.


일과 삶의 파트너 교산을 도와서, 20명이 채 안 되는 조직의 인사/조직 컨설팅을 수행했습니다.

작은 조직이었고, 작은 조직만의 특성이 있었지만,

동시에 큰 조직의 축소판 같기도 했습니다.

조직에 대하여, 조직의 역동에 대하여, 조직 내 사람들의 관계와 그 개인들에 대해서

이렇게 명료하게 들여다본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개인과 조직이 조직 속에서 조화로울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컨설팅은 성공적이었고,

2010년 한 해 동안 교산은 경영코칭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는 학습코칭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1년간의 자문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일을 생각하며 설렙니다.

나는 2010년, 개인과 조직이 조직 속에서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


늘 감사와 축복을 보내드리고 있는 나의 고객들


올해 코칭을 통해서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비록 내가 코치였고 그분들은 나의 클라이언트들이었지만,

내가 돕는 이였고 그분들이 도움을 받는 이들이었지만,

나는 그분들로 인하여 성장했습니다.

그분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을 더 명료하게 알아차리게 하셨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축복의 기도를 올릴 때, 나는 내 소중한 가족과 지인들과 그분들을 떠올립니다.

나와 함께 한 시간들이 그분들에게 힘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


올해 일어났던 아름다움을 이곳에 다 옮겨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마운 얼굴들,

내가 보낸 축복의 기도, 내가 받은 축복의 언어와 손길들,

나에게 온 많은 통찰들,

내가 기억하는, 혹은 이미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모든 경험들, ......


가장 많은 눈물과 가장 많은 아름다움과 가장 많은 배움과 성장이 함께 있었던 이 한 해를 보내며 나는 다시 2010년의 꿈을 꿉니다.

내 2010년의 꿈이 2009년으로 인하여 더 선명하고 더 아름답게 되었다고 2009년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2009년 12월21일, 아주 특별했던 내 생애 마흔 두 번째 해에게, 나, 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