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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 특별한 시간

HIT 663 / 정은실 / 2010-01-15



오늘은 1월의 열 네번째 날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기로 했고,

오후에는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고,

저녁에는 약속된 전화코칭이 있었고,

밤에는 요즘 아이들과 늘 하고 있는 한밤 영화보기 일정이 있었습니다.

모든 일정이 예정되었던 대로 일어났습니다.

예정된 대로 지냈으면서도 오늘은 참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하루의 빡빡한 일정을 생각하며 마음이 조금 바빴지만,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것을, 평소처럼 동생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바쁜 날이었음에도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내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다녔을텐데 말입니다.

힘이 없어진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나또한 어느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일입니다.

지난해 봄 떠나신 아버지, 부쩍 늙으신 어머니를 보며, 나는 요즘 아름다운 노년을 더 자주 꿈꾸고 있습니다.


이른 오후에 예정되었던 고객과의 미팅은 예상 외로 길어졌습니다.

무려 네 시간을, 서로가 생각했던 범위 이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서 그렇게 길게, 그렇게 심도 깊은 질문과 대답을 나눈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헤어질 때, 지하주차장까지 배웅을 해준 고객을 바라보며,

나는 특별한 인연을 예감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깊게 나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알 수 없는 지역을 탐험하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계획되지 않은 진지한 질문을 받고, 역시 계획되지 않은 진솔한 답변을 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정신적 영역을 탐사하며,

자신의 정신적 영역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기회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곱 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더니, 세 남자가 김치찜을 만들어놓았습니다.

물론 전화로 원격조정을 좀 하기는 했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한가득한 따뜻한 집에 들어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저녁 9시, 영상통화로, 요즘 코칭을 받고 계시는 S님과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가족과 같이 실험하고, 그 결과를 나누어주셔서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코칭을 하게 되어, 누군가의 삶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참 행복한 경험입니다.

퇴근 후 피곤한 시간이었을텐데, 환한 미소가 가득한 S님 모습에 우리가 더 좋았습니다.


전화코칭이 끝난 후, 빔프로젝터를 연결해서, 가족들과 `Up`이라는 만화영화를 봤습니다.

슬픔, 스릴, 따뜻함, 사랑, 우정, 꿈, 버림, 성장, 가족...... 참 여러 가지 주제가 들어 있는 영화더군요.

온 가족이 즐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공동의 활동을 한다는 것은 더 단단한 연대감을 만들어주나봅니다.

밤마다 만들어지는 가족영화관, 아이들과의 특별한 시간입니다.


... 아, 오늘 하루, 길고 충만한 하루였네요.

하루란, 참 많은 것들을 나누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네요.

하루가, 이렇게 특별한 시간이군요.

오늘 글은 쓰고 보니 주절주절 제 일기군요.

당신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