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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녹는 소리

HIT 809 / 정은실 / 2010-01-25



오늘 아침, 나는 저수지 가에 서 있었습니다.

낚싯군들도 떠난 월요일 아침의 저수지는 홀로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얼음 위로 아침햇살이 비스듬히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그 위로 낙엽 한 장이 얼음을 지치는 개구장이처럼 바람을 타고 있었습니다.

나는 따뜻한 햇살을 안고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가만히 눈을 감았습니다.


물결 지다 얼었을 저수지의 거친 표면이 나뭇잎을 톡톡 쳐올리며 구르게 하는 소리,

멀리 동네의 개 짖는 소리,

바람이 저수지 가의 마른 풀잎들을 스치는 소리,

내 숨소리,

그 소리들 사이로 점점 조용히 빠져들다가, 아, 나는 다른 소리 하나를 들었습니다.


얼음이 녹는 소리......


눈을 떠보니,

점점 더워지기 시작한 아침 햇살이 저수지 기슭의 얼음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투명한 얼음선들이 보이고 그 아래 물빛이 살짝 비치고 있었습니다.


얼음이 녹는 소리......

아주 작은 그 소리들이 저수지 기슭에 가득했습니다.


그 소리가 좋아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갑자기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햇살이 얼음을 풀듯,

내 따뜻한 기운이 내 마음 한 곳의 단단함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눈부신 빛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마음을 흔드는 변형의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단단함을 이기는 것은 부드러움입니다.

차가움을 이기는 것은 따뜻함입니다.

어느 것도 고정되어 머무르지 않습니다.

시간도 공간도 나도 흐르고 있습니다.


이 평화로운 시간과 공간을 떠나 또 마음이 단단해지는 어느 날,

내 마음의 얼음이 느껴지면 가만히 눈을 감고 이 소리를 다시 떠올려봐야겠습니다.

아마 이 소리와 함께, 하얀 빛들이 떠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