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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 잘했어

HIT 568 / 최학수 / 2010-03-17



이번 두말글 6기는 아주 특별합니다. (관련된 내용이 122호 칼럼에 실려 있습니다).


실시 하루 전까지 두말글의 운명이 불투명했습니다.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불참을 알려 와서 인원이 줄어들었고, 다시 사람을 모으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습니다. 이번 6기는 개인 코칭이 아닌 집단 활동을 계획했기에 두말글 실시 여부를 원점에서 생각해야 했고 필요해서 신청한 이를 위한 개인 코칭으로의 전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따져 봐도 집단으로 할 뾰족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분명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분석해보았지만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짜증만 올라왔습니다. 시간에 쫒겨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내가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의 우유부단함이 답답했고, 상황을 치고 나가는 힘이 없음이 마뜩치 않았고, 작은 것도 포기하지 못하는 나의 욕심이 걸렸습니다.


결국, 여주와 나는 두말글을 애초 계획대로 강행하기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사람이 적어도, 이익이 나지 않아도 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 안하던 짓을 해야 했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두말글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알아봐 달라, 그것도 내일 하니 당장 알아보고 결과를 알려 달라고, 평소 입 밖에 내지 못하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습니다. 평소의 패턴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기운을 써야 했습니다. 생각하고 느끼기에 머무르지 않고 신속하게 행동하기에 뛰어 들어야 했습니다.


부탁과 도움 덕분에 마침내 성원이 되었고 지난 주말 우리는 두말글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주말을 보내며 내게 든 생각은 `하길 잘했어` 입니다. `하길 잘했어!`


하지 않았다면, 주말을 허투루 쓰거나 자책하면서 보냈을지 모릅니다. 하지 않았다면, 두말글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 제 때 도움을 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참가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와 관련된 생각과 행동의 다름에 대해 그렇게 깊고 세밀하게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에니어그램 유형의 기계적인 반응을 벗어난 본연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두려움을 이기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들과 나누는 따뜻한 유대감과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여주와 내가 두말글과 에니어그램을 통해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일과 영성 수련이 연결되고 통합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렬하게 재인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았다면, 두말들의 가치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토록 명료하게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좋은 결정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아닙니다. 좋은 결정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의지와 용기를 갖고 행하는 것입니다. 결정의 좋고 나쁨은 득실 분석과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안고 전념하여 성취해낸 그 결과로 써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결정의 핵심 동인은 머리로 하는 분석이 아니라 행함으로 이끄는 의지와 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