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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길이 어디 있으랴

HIT 686 / 정은실 / 2010-03-19


요즘 시(詩)가 자주 마음에 들어옵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시의 전문이나 일부를 인용하는 분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아래 시도 누군가의 글을 읽다가 발견했습니다.

글쓴이의 다른 글은 그냥 쓱 지나가버렸는데,

인용된 시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잃어버린 길이 어디 있으랴

간절한 것은 물 위에서 저절로 길이 되고

흐르는 길 따라 삶은 쉼 없이 이어지는데

길을 떠나면 강은 흐르지 않네

강변을 서성이다가

길을 지우며 흐르는 안개도

바람이 시간을 거슬러 달리는 저녁에

다시

강 끝에서 길을 만나네


흐르는 것은 모두

길이 된다네


- 권영해 시인의 시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 중에서 -

  ( 황금알 출판 권영해 시집 '봄은 경력사원' 중에 수록)


여러 번 시를 읽고 있으니,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물 같은 삶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때로 짙은 안개를 만나서 길이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잠시 보이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간절함은 길을 만들어냅니다.

가슴에 다가오는 뜨거움이, 안타까움이, 갈망이 눈물을 만들어내듯,

살아가고자 하는 열정이 삶의 강을 흐르게 합니다.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물은 생명을 머금고 있습니다.

물은 생명을 살립니다.

물은 하늘, 바람, 햇살, 별빛, 달빛, 나뭇잎, 그림자, 다가오는 모든 것을 그대로 비춥니다.

물은 같은 길의 물들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 안아 함께 흐릅니다.


‘간절한 것은 물위에서 저절로 길이 되고 / 흐르는 길 따라 삶은 쉼 없이 이어지는데’


시를 읽으며, 가슴속에 물길이 생겼습니다.

그 물길 따라 흐르고 있는 내 간절함이 보입니다.

삶이 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니 내일이 3월20일! 벌써 3월도 하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