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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서원: 아름다움을 느끼고 전하기

HIT 680 / 정은실 / 2010-05-19


어제 내린 비로 신록이 더 맑아졌습니다.

창밖 감나무 잎에 눈이 부십니다.

눈이 부시다 못해 눈이 잎 속으로 젖어듭니다.

5년 전 이맘 때 집을 보러 다니다가,

거실 창과 눈높이가 똑같은 창밖의 나무들이 마음이 들어서,

다른 것은 하나도 보지 않고, 허술했던 이 아파트를 구입을 했습니다.

집수리를 하는 데에 돈을 많이 썼는데도,

1년 내내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는 나무들에 취해서

집 구입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손톱만한 첫 잎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잎들이 무성해졌습니다.

햇살이 비쳐 나오는 저 투명한 연록의 잎들이 머지않아 성하의 진초록이 될 것입니다.

튼실한 열매와 함께 단풍이 들 것입니다.

꽃 같은 연시를 남기고 내년을 위한 거름으로 땅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긴 겨울동안 나목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입니다.

눈이 내리면 그대로 눈을 받아 안아 눈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입니다.

추위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며 휴식과 기다림과 준비가 무엇인지를 말없이 가르쳐줄 것입니다.

올해 나는 또 그렇게 감나무의 한해살이를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한해살이도 한 번씩 점검해보게 될 것입니다.

일상의 일감들을 내려놓고 한참 창밖 감나무의 신록에 젖어 드는

이 5월의 감사한 아침에 나의 한해살이를 돌아봅니다.

어떤 잎으로 피워질까 상상 속에 있던 나의 계획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해를 위한 많은 모색은 새봄의 가지치기로 그 개수를 줄였습니다.

쏟아온 노력이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 건강한 열매를 위하여 마음을 모았습니다.

한 해의 출발선에 서 있는 긴장감과 설렘은 희미해졌으나,

멈추지 않고 하루하루를 달려온 자의 즐거운 기쁨이 몸 안에 느껴집니다.

강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 어느 해보다 자주 강의명상을 경험하고 있고,

3년 만에 새로운 홈페이지 오픈을 준비하고 있고,

1년 간 해오던 수련 프로그램을 마치고 일상의 수련에 더 깊게 진입했고,

여전히 실수를 하고 아직도 부족한 나를 그대로 아름답게 감싸 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5월이 감나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어봅니다.

그 메시지를 느끼며 늦은 5월의 서원을 올립니다.

자연을 신뢰하라.

햇살과 비와 바람과 흙이 너를 키울 것이다.

너답게 자라라.

너의 목적은 가장 아름다운 감나무가 되는 것이다.

매 순간을 즐겨라.

너의 목적은 열매 맺기 위함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창조하는 것이다.

너는 오늘 지금의 모습으로 가장 아름답고, 내일 내일의 모습으로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온 몸 가득 아름다움이 느껴지며 큰 심호흡이 일어납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기운이 생명의 호흡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가장 아름답습니다.

내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바로 ‘오늘 가장 아름다운 나’입니다.

5월이 나에게 아름다움을 느끼라 합니다.

5월이 나에게 아름다움이 되라 합니다.

5월이 나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라 합니다.

아! 신은, 얼핏 바라보기만 해도 한참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이 5월을 이맘때,

한 해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바로 이 시간에 오게 하여,

근거 없는 마음의 조급함을 씻어주려 했나 봅니다.

그대,

혹 지금 바쁜 길 가고 계시다면, 발걸음 멈추어, 어디에나 있을 나무 한 그루를 찾아내십시오.

가까이 다가가서 그 신선함에 젖어보십시오.

그대 안의 신선함,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5월에 마음껏 이 신선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