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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환경 만들기

HIT 694 / 정은실 / 2010-06-05


지난 126호 칼럼에 안내했던 가족 공부방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유리보드로 할까, 아크릴판을 붙일까, 화이트보드를 붙일까 고민을 하다가 며칠 전 결정해서 주문했던 연초록색의 커다란 유리보드가 드디어 오늘 도착했습니다. 벽 한쪽에 붙였더니 깔끔하게 모양이 괜찮습니다. 연두색 벽지와 잘 어울립니다. 창문에는 신록의 나무그림이 그려진 롤스크린을 달았습니다. 공부방의 하드웨어는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아이들도 공부방에 들어와서 앉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침실을 따로 분리해주었더니 공부방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사이버 강의를 들을 때에 더 집중력이 생긴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분리된 공간을 좋아하는 남편이 특히 이 공부방을 좋아합니다. 나는 여전히 거실창이 보이는 바깥 테이블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집중해서 할 작업이 있을 때에는, 나도 이 공간을 이용을 합니다.

이번에 가족 공부방을 마련하면서,
환경을 마련한다는 것이 참 중요한 일임을 또 다시 느낍니다.
아이들의 침실 발치에 책꽂이를 놓고, 평소 읽지 않던 책을 가져다놓았더니 한권씩 꺼내 읽는 모습이 보입니다. 너희들을 위해서 산 것이니 자주 읽어라, 라고 여러 번 말로 하는 것보다 그냥 눈앞에 노출을 시켜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일입니다. 꽃병에 꽃을 바꾸듯이 아이들 방에 책을 바꾸어 꽂아주어야겠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고는 하지만,
처음 세운 뜻과 다르게 쉽게 허물어지곤 하는 것이 우리들 마음입니다. 의지가 약한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허물어지려할 때마다 한 번씩 지지해주거나 불길을 당겨주는 장치들을 주변에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임을 요 며칠간 다시 배웁니다.

그렇게 내 환경을 만들어내는 장치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볼 수 있는 곳에 적힌 아침 기도문일 수도 있고, 매일 아침 작성하는 모닝페이지일 수도 있고, 매일 아침의 커피 타임일 수도 있고, 아침마다 하는 운동일 수도 있고, 매일 밤의 산책일 수도 있고, 잠들기 전의 감사와 축복 기도일 수도 있고, 식탁 유리 밑에 깔아놓은 글이나 그림일 수도 있고, 책상 위에 놓인 가족사진일 수도 있고, 홈페이지를 열면 처음에 뜨는 글귀일 수도 있고, 작은 화분 하나일 수도 있고, 정기적인 커뮤니티 모임일 수도 있고, 매주 만나는 멘토와의 시간일 수도 있고, 책장 앞에 따로 진열해놓은 특별한 책 한 권일 수도 있고,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적힌 한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다 자란 대학생 두 딸을 둔 나의 올케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액자에 넣어 눈에 잘 띄는 곳에 여러 장 놓아두었더군요. 아이들 어릴 적이 그리워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속상하게 할 때마다 그 사진들을 쳐다보면 마음이 풀려서 그런답니다. ^^ 팃낙한 스님이 운영하시는 ‘자두마을(Plum Village)`에는 매일 일정한 시간마다 종이 울리고, 종이 울리면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잠시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 전념의 종소리(Mindfulness Bell)도 늘 깨어서 나를 지켜보리라 하는 다짐을 지속하게 하는 좋은 장치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다시 일깨워주는 장치들의 효과는
아주 오래 몇 년 이상 혹은 평생을 가지도 하지만 대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럴 때는, `이것도 효과가 없구나` 포기하는 대신에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주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보면, 어떤 것은 특별한 장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나의 습관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을 깨워주는 장치들이, 옮겨 심은 나무가 뿌리를 잘 내릴 때까지 지지해주는 버팀목 같은 역할을 한 것이지요.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거나,
일정 기간 특별한 다짐을 유지하는 데에 ‘나의 환경 만들기’ 방법을 자주 활용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에는 내 안의 의도를 분명히 하고 계획을 세운 후에는 내 주변에 환경을 구축하는 일을 먼저 시도를 합니다. 가족 공부방 만들기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특별한 공간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아직 새싹이 돋지 않은 잘 일구어진 밭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처럼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