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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onne의 시 한 편에 마음을 멈추고

HIT 654 / 정은실 / 2007-06-06



 

어제 에크나트 이스와란의 `명상의 기술`을 읽다가, 대학시절 공부했던 존 던(John Donne)의 시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존 던의 이름을 아직도 제가 기억하는 것은 그때 제가 그의 시에 심취해서가 아니라, John Donne을 '존 던'이 아니라, `존 도네`라고 읽었다가 무척 망신스러웠던 20세 때의 기억 때문입니다. ^^

 

그런데 어제 그의 시를 다시 읽다가,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깊은 의미를 발견하고는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섬이 아니니,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


대양의 한 부분.


한 덩이 흙이 바닷물에 씻겨 내리면


유럽이 줄어들듯이,


모래톱도


그대 친구의 영지도 그대의 영지도 그러하기는 마찬가지.


어느 누구의 죽음이든 나를 줄어들게 하니,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사람을 보내 알아보지 말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린다.

 

 



참 의미가 깊지요?

 

우리의 본질 깊은 곳을 건드리는 시였음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마도 교수님께서는 그 사실을 언급하셨겠지만, 그때의 저는 그것을 마음에 담지 못했습니다. 문학과는 한참을 담을 쌓고 살았음에도, 지금 존 던의 시가 새롭고 깊게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지성보다 더 깊은 무엇으로 시를 느끼게 하는 성장이 제 내면에 일어났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마도 이런 일은 저만 경험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옛날의 책을 다시 읽다가 그때는 보이지 않던 혹은 의미를 두지 않았던 문장에 새롭게 밑줄을 치게 된다든가, 그냥 지나치던 어떤 장소에 그날 따라 무엇을 발견하고 유난히 오래 머무르게 된다든가, 흘려 들었던 누군가의 말이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떠오른다든가, 알고 있었던 격언의 의미가 `아하`하고 새롭게 이해된다든가... 하는 그런 경험들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날이 늘 그날인듯, 나는 늘 나인듯 하며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우리 안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우리도, 우리가 모인 세상도,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