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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감탄하기

HIT 621 / 정은실 / 2007-06-08



오늘 아침 우리 집 두 개구장이들이 깨우기도 전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 일찍 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는 조용하게 앉아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장래희망이 만화가인 큰 아이는 그렇다 치고 둘째 아이까지 형이 그린 만화를 베껴 그리면서 그렇게 열중해있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그림을 그릴 것이라면서 각각 한 권씩 공책을 사오더니 어제 밤부터 저렇게 공책을 붙잡고 앉아 있습니다. 영어공부를 시켜놓으면 5분도 얌전히 앉아있지도 못하고 서다가 눞다가 공부를 하는 둘째가 반듯하게 앉아서 조용하게 집중을 하며 작업을 하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하긴 지지난 주 주말에는, 총을 만든다면서 박스를 뜯어서 도면을 그리고 자르고 접고 색종이까지 붙여서 겉보기에도 참 괜찮은 총을 한 자루씩 만들어내더군요. 장장 1시간 반을 거의 꼼짝도 않고 앉아서 말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공기로켓을 만드는데 필요한 페트병을 찾느라 온 아파트 재활용쓰레기 통을 뒤져서는 찾아오더군요. 시키지도 권하지도 부추기지도 않은 일인데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집중의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고자 하는 대상과 시점이 어른의 기준과 다를 뿐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아침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의 종류가 어른과 다를 뿐이라는 것을 계속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6학년, 2학년이면 다 컸다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나날이 쭉쭉 가지를 뻣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아기일 때보다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학교공부로, 강의로, 미팅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 엄마와 아빠라서 늘 곁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많이 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람직한 기준은 알면서도 막상 적용에 있어서는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parenting이란 결국 부모가 먼저 성장을 하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체감을 해왔습니다.

 

좁은 시야로 아이들이 성장해갈 공간을 막지 않으려면 나의 시야가 더욱 넓어져야 하고, 아직은 부모에게 참 민감한 아이들에게 부모 때문에 뭔가를 하려고 하는 제약을 주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더 자유로워져야 하고, 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먼저 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제 조금씩 부모를 한 인격체로 보기 시작하는 사춘기 초입의 큰 아이를 보며 좀 더 좋은 삶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무엇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의 눈부신 성장을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며 진심으로 아하! 감탄하고 그 감탄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는 것임을 다시 깨닫습니다. 발아하고 성장하여 한 그루 싱그러운 나무처럼 자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감탄스럽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