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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서원(誓願) - 모든 상황, 모든 사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리라

HIT 826 / 정은실 / 2010-10-04



이번 10월에는, 참 어려운 서원을, 참 고요한 마음으로 올립니다.

10월의 서원은, 잠시 전에 발송한 이번 주 '생각 숲 편지'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10월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만에 내가 받은 여러 가지 마음의 시험을 앞에 두고,

그 의미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이기도 합니다.

달마다 올리는 서원이지만, 이 서원은,

이제까지 내가 다짐한 어떤 것보다 더 어렵고,

그래서 이번 한 달 동안에도 여러 번 아니 수십 번 이상 구덩이에 빠져 다치거나 망연자실해 것임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원을 올리기로 합니다.

지금 내 성장의 단계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알아차림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서원을 올리고, 생각 숲 편지에도 실어 보내며,

마음이 점점 고요해짐을 봅니다.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일치의 상태입니다.

"모든 상황, 모든 사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리라."

10월의 서원을 올리며 내 마음에 일어났던 이야기들,
생각 숲 편지 135호에 실어보낸 이야기들을 아래에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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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35호 : 나의 1년간의 창조 프로젝트 첫날에




오늘은 10월4일입니다. 이미 10월의 네 번째 날인 오늘을 10월의 첫날로 표시하고 싶습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새 학기를 시작하며, 쓰다 남은 공책이 있지만, 새 공책을 꺼내 이름을 적는 기분입니다. 새봄 새내기 같은 마음을 들여다보니, 오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나의 ‘창조 프로젝트’에 대한 설렘이 있습니다.

어제 일요일, 창조 커뮤니티 멤버들과 공식적인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각자 자신이 1년간 진행할 창조 작업의 초안 발표를 했습니다. 누가 무엇을 가르치는 모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긍정적 부분을 비추어주는 거울이 되어 응원을 하고, 각자가 자신의 창조를 이루어가는 모습이 모델이 되고 자극이 되는 모임인지라, ‘창조 프로젝트 작성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역시나 참 다양했습니다. 하고자 하는 것도, 그것을 기록한 방식도, 그것을 발표하는 모습도 자기다웠습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계획도 있었고,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우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간략한 계획서도 있었고, 아주 상세한 계획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양성보다 더 나에게 다가온 것은 공통점이었습니다. ‘자신의 창조에 대한 절절함’과, ‘그것을 세상에 꺼내놓는 용기’와 ‘자기 것을 말하고 타인의 것을 듣는 진지함’이었습니다. 그 절절함과 용기와 진지함이 일곱 시간 동안의 몰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모임을 마칠 때, 한 멤버의 제안으로 같이 손을 잡았고, 짧은 소감을 돌아가며 말했고, 또 다른 멤버의 제안으로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했습니다. 2주일 전 사전모임에서 잠시 만난 후로 두 번째 만났을 뿐인데 ‘사랑합니다.’라는 인사가 낯설지 않았고, 손을 잡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과 따뜻한 포옹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들 안에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특별한 창조를 위하여 일요일 하루를 투자한 ‘정성’, 온 마음을 다해 말함이 느껴지던 ‘가슴의 떨림’, 절절함이 있을 때 감출 수 없이 나타나는 ‘떨림 속의 단호함’,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발견하며 ‘공명할 줄 아는 에너지’, 나이에 아랑곳없이 서로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 그런 아름다움이 그 공간에 있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나의 10월 첫 날’, ‘나의 1년간의 창조 프로젝트 첫날’에 나는
‘모든 상황, 모든 사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리라.’는 서원을 올립니다. 어떤 사람은 파괴 속에서 창조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나는 아름다움 속에서 창조가 일어남을 믿습니다. 산불 지나간 자리에 싹이 트는 것은 생명을 담은 씨앗이 있었기 때문이고, 다 무너진 자리에 새 건물이 올라가는 것은 그 땅에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의 발견은, 나 자신이,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염려에서 벗어나, 오로지 지금 여기 이곳 이 상황과 이 사람을,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처럼 비추어줄 수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의 아픔은, 지금의 아픔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로부터 혹은 미래의 근거 없는 염려로부터 온다는 것을 압니다. 어떤 상황과 사람이 추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있는 긍정적 의도, 그 깊은 곳에 자리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나의 온전하지 못한 잣대로 겉에 드러난 것만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임을 압니다.

그 앎을 실행하리라 서원합니다. 그 어느 달보다 힘든 서원을 올리며, 내 안에 더욱 키워질 아름다움의 터전 위에 내가 약속한 창조 프로젝트, ‘여주(麗珠)의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창조 이야기’를 진행시켜가겠습니다. 내 마음이 아름다움의 초점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서운해 하거나 가벼이 보려할 때 그것을 알아차리겠습니다. 그 벗어나는 나의 마음조차 자책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듬고, 다시 지금 이 자리, 나를 성장시키는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에게로, 감사와 축복과 사랑을 담아 되돌아오겠습니다.

이 글을 마치는 지금, 가을비 지나간 나뭇잎에 햇살이 반짝이고 살짝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까치소리가 가득합니다. 금방 보내버리기 너무도 아쉬운 이 아름다운 계절에 그대 지금, 그대 앞의 일들을, 그대 앞의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만나고 계신지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