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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연속 강의

HIT 1368 / 교산 최학수 / 2010-10-20


여주의 이번 주 칼럼(생각 숲 편지 136호)이 최근 했던 3일 연속 강의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군요.


지난 주 한 그룹사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역량 면접'을 주제로 4시간 강의를 했습니다. 25명 내외로 구성된 클래스였고, 매번 교육 참가자들은 바뀌었지만 강의 내용은 동일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역량면접이라는 주제는 익히 다루던 것이었지만, 몇가지 점에서 다른 부분이 있어 사전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고객사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기준인 역량이 독특했고, 역량면접이라고 칭했지만 자기소개서 등 서류 정보를 기초로한 인성 면접의 요소가 강했기 때문에 기존의 강의 내용과 진행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사전에 2차례 이상 미팅을 통해 강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조정해야 했고, 그에 따라 강의 흐름과 슬라이드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준비해서 한 3번의 강의가 어땠을까요?


첫번째 강의, 비교적 만족.


모든 첫 강의는 약간의 긴장을 일으킵니다. 기분좋은 긴장입니다. 내가 살아있음을, 지금 이 순간 집중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립니다. 무엇보다 고객사 분위기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려 애썼습니다. 첫시간의 과정 도입과 활동에 에너지를 집중했습니다. 좋은 출발로 학습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전체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생소한 역량 면접의 개념과 핵심을 강조하면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상호작용 활동과 실습 등에서 예측한 시간과 다르게 진행되어 시간 조절에 애를 먹었습니다. 학습자들의 실습 결과물을 통해 그들의 이해도와 교육 효과를 판단해볼 수 있었습니다. 괜찮았습니다.


두번째 강의, 탄력 받다.


첫 강의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강의와 실습을 통해 전체를 경험했기에, 스스로 자신감이 충만했습니다. 어느 한 부분을 설명하면 자연스럽게 다음 강의 내용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떠올랐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순간 떠오르는 느낌으로 새롭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겠지요. 가르친다기보다는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학습자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습니다. 가장 많은 질문이 있었고 질문에 답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시간 실습 방식을 살짝 바꿔보았으나,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욕심이 과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만족스런 강의였습니다. 끝마치면서 첫번째 강의 학습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더 좋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기에 살짝 미안했습니다.


세번째 강의, 기대와 절제.


고객사 사람들의 강의 내용에 대한 반응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강의의 핵심과 세부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태여서, 세번째 강의는 좀 과장하면, '눈 감고도 할 수 있겠다'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매번 강의는 다릅니다. 강의장에서의 역동 때문입니다. 그 다름과 역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의 상태와, 나에 반응하는 학습자들의 기질입니다. 두번째 강의에서의 학습자들에 비해 반응의 크기와 폭이 작았습니다. 작은 반응은 그것 대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진지함이 더해지고 깊게 생각하고 음미하게 합니다. 다만 활기가 떨어지는게 흠입니다. 학습자의 반응보다 자신의 강의 내용과 전달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스스로 군더더기 말을 줄이고, 정확하고 정제된 표현을 쓰며, 말의 속도와 소리의 크기를 의식하면서 강의에 임했습니다. 마지막 시간 실습 방식을 적절하게 재조정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3일 연속 강의를 통해 강의 세부 내용과 핵심을 어느 강의때 보다 명료하고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매번 다른 학습자들의 반응을 통해 예기치 않은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데 이렇게 다채롭게 경험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지요?


아무리 새롭더라도 혁신적이더라도 그것이 반복되면 일상화와 진부화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일상의 반복은 권태를 낳고 삶의 흥미와 에너지를 앗아갑니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형벌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반복 속에 새로움이 움트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제와 동일한 일을 하는 나는 실은 어제의 내가 아닙니다. 그 사이에 경험과 생각, 그리고 몸의 상태가 달라졌습니다. 환경도 바뀌었습니다. 아침 출근길의 햇살과 가로수를 보았는지요? 단풍이 어제보다 더 붉어졌습니다. 상대하는 사람 또한 내가 그러하듯 달라졌습니다.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순간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창조한다는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