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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에는 마흔여섯 번의 봄이 있다

HIT 692 / 정은실 / 2011-04-06


오늘은 남편의 마흔여섯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잠시 전에 온가족이 모여서 조촐한 생일축하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아이들은 아빠에게 편지를 써서 읽었는데 나만 그냥 넘어가기가 그래서,

내가 직접 쓴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는 시를 낭송해주었습니다.

자작시이기는 하지만 새로 쓴 시도 아니고, 무려 8년 전에 썼던 것을 햇수만 바꾸어서 다시 들려주었는데,

남편은 다시 들어도 감동이 있다면서 좋아했습니다.

문득 미안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내년 생일에는 꼭 새로 써서 낭송을 해주어야겠습니다.








서른여덟 살의 당신 안에는 서른여덟 번의 봄이 있다. 

               -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

                                   
              
 

                                                           - 2003. 4. 5, 당신의 아내.

 

 

 

봄은 빛으로 온다.

 

수줍은 산수유 연노랑 빛으로

 

목련의 거리낌 없는 순백의 빛으로

 

방글방글 터지는 매화의 화사한 빛으로

 

힘찬 새싹들의 연두 빛으로.

 

 



봄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 온다.

 

꽃망울이 툭툭 터지는 소리로

 

새싹들이 영차 땅을 미는 소리로

 

햇살이 쏙쏙 스며드는 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이 슬며시 열리는 소리로

 

 



봄은 기다림으로 온다.

 

생명을 기다림으로

 

따사로움을 기다림으로

 

얼굴 가득한 미소를 기다림으로

 

또 한 번의 시작을 기다림으로

 

 



그리고, 당신은 사랑으로 왔다.

 

열 달의 기다림 가득 찬 사랑으로

 

오랜 산고의 기다림 가득 찬 사랑으로

 

혈연의 사랑과 대지의 사랑과 우주의 사랑으로

 

그렇게 온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

 

 



서른 여덟의 지금 여기 당신 안에는

 

서른 여덟 번의 봄이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빛과 소리와 기다림과 사랑이 있다.

 

이 우주의 신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