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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에 관한 단상

HIT 762 / 태풍의 눈 / 2011-10-20


일을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일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있고, 살아있음의 황홀과 유능감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런 특별한 일, 내 삶의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목표를 어떻게
발견하고 행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대답을 제시하였다. 그대의 심장이 뛰는 일(열정)을 하라,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재능)에 승부를 걸라,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일(기여와 재정)
이어야 한다 등이 그러한 대답에 포함된 것들이다. 모두 맞는 말이고 새겨 들어야 할 가르침
이다.

가르침이 단순하고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정답을 현실에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 적용의 어려움은 앎과 행함의 본질적 차이나 앎의 깊이의 차이 등에서 연유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가르침은 단순하나 삶을 단순하게 사는 것은 범인에게 쉽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실로 무엇이 실천을 어렵게 만드는가? 어쩌면 그간 너무 단선적으로 설명하고 접근한 탓에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중요한 것을 놓침으로 인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인생의 직업, 생애를 걸 만한 목표를 발견하는 것이, 수행하는 목표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에 대해서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따져 보는 것,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는 것인가?
이성적 분석으로 발견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무엇이 빠져있는 것일까? 

개인의 노력과 시간의 축적, 이 둘을 축으로 삼아 목표 발견의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열정, 역량, 기여, 재정 등이 인생의 직업을 정하고 의미있는 목표를 세우는 데 고려하고 충족
시켜야 할 가치있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런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심지어 하나
라도 충족시키는, 그런 일 혹은 목표를 발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에게
일이란 대개 이렇다. 특별히 잘하거나 못하지는 않거나, 좋아는 하는데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
는 아니라거나,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싶긴 한데 돈이 안된다거나 ...  이런 현실(인식)에 보통
직장인들의 깊디 깊은 고민이 담겨있고,  제시된 답과 적용되지 않는 현실간의 뛰어넘기 힘든 
괴리가 있다. 

일순간 내 삶의 목표를 발견하는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일단 그는 행운아일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서 생애를 걸만한 목표를 발견하는 기회는 한 순간에 번쩍하고
오지 않는다. 더디 온다. 안타깝게도 어떤 이는 생을 마치고 발견하는 것도 같다. 탐구하고
인내하는 이에게는 뒤늦게라도 오는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두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재능이 있어서 잘하기 보다는 잘하니까 재능이 발달한다. 그리고 발달한 재능은 열정을
불러 일으킨다. 처음부터 공부가 재미있는 이가 얼마나 있는가? 그런데 하기 싫어도 참고 하면
그런대로 할 만하고 더 잘하게 되면 스스로 재능과 열정이 생겨나는 것을 알게 된다. 일도 마찬
가지다. 성실하게 하다보면 없던 - 잠재되어 있던 - 재능과 열정이 생겨난다. 물론 영 아닌 경우
도 있다. 성실하고 끈기있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는 경우,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닌 것은 확실히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태로 귀결된 것이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닌 길을 확인하는 것은 커다란 소득이다. 아닌 길에 대해 미련을 갖거나 쓸데
없는 고민을 붙들고 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최선을 다한 자기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경험이다. 그것은 어떤 현자의 가르침도 대신할 수 없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다.

재능과 열정의 발견을 위해 일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하는 일 - 우연이건 선택이건 주어진 
것이건 - 을 성실하고 끈기있게 해 봤냐는 거다. 재능과 열정을 발견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성실하고 끈기있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없는 경우다. 중도에 멈추면 내가 그것을 잘하는지
열정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끝까지 가봐야 비로소 정확히 알 수 있다.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인생에는 있다. 열정과 재능의 발견도 그런 것에 속한다. 

둘째, 그런 노력과 인내가 이런 일 저런 일을 통해 쌓이면 서서히 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면 그 길들의 연결이 눈에 띄게 된다. 연결된 것들간에 어떤 관계가 있고, 공통적인 주제
혹은 구심점이 드러난다. 이쯤되면 삶의 목표가 선명해지고, 앞서 이야기한 심장이 뛰며, 재능이
있으며,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돌이켜서 깨닫게 된다. 어쩌면 좋은 일,
좋은 목표의 요건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개 자욱한 길을 가본 이는 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그 상황에서 용기내어 한 발 내디디면
그 만큼 앞길이 열린다. 전혀 길이 안보이는 듯한데 그 한발이 활로를 열어준다. 참 신기하다. 
삶의 목표와 길도 처음에 희미하지만 가다보면 조금씩 드러나고 어느 지점에선가 목적지가 선명
하게 드러난다. 삶은 정말 신비이다. 

삶의 목표를 찾는 마음은 간절한데, 마음만큼 시원하고 빨리 그것이 나타나주지 않아 수없이
의심하거나 불안해 하곤 한다. 그 마음을 이겨내고 견디는 게 인생의 목표를 발견하는 요체이다.
그때까지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시간 싸움에서 지지 않으면 된다.   

삶의 목표가 갖춰야 하는 요소를 모두 갖춘 목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성적 사고와 분석을 통해 수 많은 목표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경험과 시간의 축적을 필요로 한다. 선택한 일을 자신의 끝까지 밀어부쳐 해내는
노력과, 그러한 노력을 쌓고 쌓아 생애 목표 전모가 드러날 때까지 긴 시간을 견뎌내는 끈기
를 요구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