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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원이 이루어질까?

HIT 539 / 정은실 / 2012-02-05


어제가 입춘이고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지요?
벌써 2월도 두 번째 주에 접어듭니다.
새해의 기원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싶다,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글 하나를 올립니다.

제가 좋아하고 늘 감사해하는 구본형 선생님의 글입니다.
'기원'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신화를 빌어 생생하게 그려낸 글입니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1월20일자 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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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의 낭떠러지에 이르게 되면 사람은 하늘을 향해 기원하게 됩니다. "신이여, 저를 도우소서." 이것이 기도입니다.

언젠가 나는 소녀 카밀라 Camilla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메타보스는 아주 작은 나라의 왕이었는데, 적들이 침입하자 싸움에 져서 갓 난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숲 속으로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그를 쫒는 무자비한 창과 칼들이 점점 조여 오는 데, 그만 강이 그 앞을 막아서고, 강물은 범람하여 강둑을 넘어 거품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그는 험한 강을 헤엄쳐 건너려 했으나 어린 딸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것이 짐이 되어 생명을 위협한 것이지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 어린 카밀라를 나무 잎사귀로 여러 겹 친친 둘러 싸 보호한 후, 들고 있던 커다란 창대에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기원했다.

"숲 속에 사는 자애로운 처녀신이시여, 아르테미스여, 나는 이 딸을 당신의 시녀로 바칩니다. 여신이여, 믿을 수 없는 바람에 맡기는 이 아이를 부디 거둬주소서."

그리고 강력한 오른 손으로 창을 꼬나 쥐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강 건너편을 향해 던졌습니다. 아래로 강물이 으르렁거리고, 윙윙거리는 바람을 뚫고 불쌍한 카밀라를 묶은 창은 건너편 풀밭에 꽂혔습니다. 다행입니다. 카밀라를 묶은 창대가 아비의 절박한 기원을 담고, 넘실대는 강을 건너 생명의 땅에 박히게 된 것이지요. 적군이 몰려들자 카밀라의 아버지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유유히 강을 건너 숲속으로 들어갔지요. 그는 숲속에 은둔하며 말 젖으로 카밀라를 길렀습니다. 아이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하자 날카로운 창으로 무장시키고, 작은 어깨에는 활과 전통을 걸어 주었습니다. 그녀는 호피로 옷을 해서 입고, 숲 속을 뛰어다녔으며, 끈을 꼬아 만든 투석기를 휘둘러 학과 백조를 쏘아 떨어뜨렸지요. 이렇게 하여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속에 나오는 여전사 카밀라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나는 이 짧은 이야기 속의 절박함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신의 앞자락을 잡으며 간절히 기원하는 한 사람이 눈에 선합니다. 오늘, 기원이 이루어지는 조건을 생각해 봅니다.

첫 번째의 조건은 간절함인 듯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건널 수 없는 강 앞에 선 한사람, 그의 절망이 보이지요?

두 번째는 사랑하는 것을 위해 비는 것입니다. 사랑이 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을 버릴 수 없습니다. 오직 그 사랑만을 위해 빕니다.

세 번째는 가장 잘하는 것에 기대어 돌파구를 찾게 해달라고 염원하는 것입니다. 신도 우리가 최선을 다한 다음에야 도와주겠지요. 어린 아이를 던지기 전 온 힘을 다해 부풀어 오른 강인한 오른 팔뚝의 터질 듯한 힘줄이 보이지요?

네 번째, 아마 이것이 제일 중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직 당신의 뜻대로 하십시오." 간절히 염원했으나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그 결과는 신의 손에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해야 합니다.

다시 새해가 되었습니다. 간절한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