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어느 노신사의 태백 눈(雪) 이야기

HIT 388 / 새끼까치 / 2013-09-06

 

어느 노신사의 태백 눈(雪) 이야기

8/12

강원도의 새 집으로 이사 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태백산맥의 줄기는 위풍당당하다.

부산에서는 눈이 없었지만,
이 곳은 눈이 많이 온다는데 정말 기다려진다. ^o^

난 눈이 정말 좋다. 빨리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10/14

이 곳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나뭇잎들이 전부 울긋불긋하게 바뀌고 있다.

산에 올라가서 우아한 자태로 노니는 아름다운 사슴들을 보았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까! 분명히 세상에서 제일 멋진 동물이다.

이 곳은 천국과 다름없다. 난 이 곳을 사랑한다.


11/11

사슴사냥을 허가하는 기간이 왔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동물을 사냥하려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사냥꾼들은 죄다 잡아다 삼청교육대로 보내야 한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슴을 잡는다는 건 도저히 인간이라 여길 수 없다.

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신의 선물... 아! 정말 기다려진다.


12/2

드디어 간밤에 눈이 왔다!  만세! 만세! 만만세다!

아침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덮여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화 같다!  마당을 쓸고 길을 냈다.

아내와 눈싸움을 했다. (내가 이겼다!)

제설차가 와서 길을 치우며 집 앞으로 눈이 몰렸다.  아내와 같이 치웠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난 이 곳을 사랑한다.


12/12

간밤에 눈이 더 왔다  아름다운 눈이다.

제설차가 또 와서 길을 치웠다. 집 앞을 다시 치웠다. 아름다운 곳이다.


12/19

눈이 더 왔다.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오전 내내 삽질하기에 지쳐 버렸다.

삭신이 쑤신다. 이건 뭐 내 몸이 내몸 같지가 않다. 염병할..

그 놈의 제설차가 오전 내내 오지 않았다.


12/22

하얀 똥 덩어리(-_-)가 간밤에 더 쌓였다.
삽질하다 손에 물집이 생겼다. 우씨~

이 놈의 제설차는 내가 집 앞을 다 치울 때까지 숨어있다 오는 것 같다.

사람을 놀리는 거야 뭐야! 씨양놈으 시끼! 빨랑빨랑 와야지!


12/23

드디어 몸살이 걸렸다.

아내도 같이 걸려서 병간호도 해줄 사람이 없다.

약도 사러 갈 수가 없고.. 우와 진짜 욕 나온다.


12/24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아내와 난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

하지만 힘을 내야지. 저녁 무렵이 되니까 몸이 좀 나아지는 것 같다.


12/25

크리스마스라구? 빌어먹을!! 그게 어쨋다는 거야

방송에선 서울 놈들이 눈이 안와서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아니라고

생 지랄들을 떤다.

개눔시키들! 저것들은 여기로 잡아다 사흘밤낮 눈만 쳐다보게 해야 한다.

간밤에 끄 망할놈의 눈이 더 왔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일어났는데 말이다.

빌어먹을 놈의 제설차는 내가 눈을 다 치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 앞으로 잔뜩 밀어놓고 가 버린다.

개눔쉬키! 소금을 잔뜩 뿌려서 녹이면 될 텐데 뭐하는지 모르겠다 .

도대체 대갈통이 도는 새끼들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많은 눈을 제설차로 다 치울수 있다고 생각을 하다니...

소금을 찔찔 뿌리지 말고

왕창왕창 퍼붜야지 될 것 아니냐고 눈을 하얗게 뜨고 욕을 한바탕 해줬다.

쌍놈의 새끼들!

소금 뿌리는데 들어가는 돈이 지네 돈이야!

다 쓰라구 있는 국가 예산인데 말이야!


12/27

간밤에 더 많은 하얀 똥 덩어리들이 쌓였다!

제설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와서 삽질한 것 빼고는 3일 동안 집안에 쳐박혀서 한일이 없다. 도대체 어디를 갈 수가 없다.

자동차가 하얀 똥덩어리 속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가 도대체 사람 사는덴가? 일기예보는 또 30cm 가량의 눈이 더 온단다.

30cm면 삽질을 얼마나 더 해야하나? 우와! 돌아버리겠다.


12/28

기상대 놈들은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다.

그러 구두 월급 받고 있다니... 핵폭탄으로 죄다 쥑여 버려야 한다.

그리구 눈속에 파묻어 버려야 한다. 일기예보가 틀렸다.

30cm가 온다던 하얀 똥덩어리가 무려 1m나 더 왔다.

1m30cm다.

도대체 이렇게 눈이 많이 올수가 있는 건지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모를 일이다.

이 정도면 내년 여름에나 다 녹을 것 같다.

제설차가 눈에 파묻혀 운전수 놈이 우리집에 와서 삽을 빌려 달랜다.

그 놈이 밀어놓은 눈 때문에 삽을 여섯 자루나 부러뜨렸다고 얘기 해주고

마지막 삽자루는 그 놈의 새끼를 패면서 부려 뜨렸다!

대갈통을 빠개 버릴려다 말았다.


1/4

오늘 드디어 집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가게에 가서 음식 좀 사고 돌아오는 길에 빌어먹을 사슴 놈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차로 치었다. 차수리비가 200만원이 나왔다.

저 망할놈의 짐승들은 다 잡아 죽여야 한다.

뭣 때문에 산에 돌아다니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11월에 사냥꾼들은 뭐 했는지 모르겠다!

기관총이라도 가지고 와서 염병을 할 사슴이라는 짐승은

죄다 피 작살을 내야 할일이 아닌가!


3/3

지난겨울에 그놈들이 얼마나 소금을 뿌려댔는지 차가 다 녹이 슬어 버렸다.

제설차로 밀어야지 도대체 왜 소금을 사용해서

이 모양을 만들어 놓냐 말이다. 국가예산이 저희 돈이란 말인가?

아껴 썼어야 하지 않은가! 무식한 새끼들 같으니라구...

정말 도대체 신도 포기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제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5/10

다시 부산으로 이사 왔다. 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부산으로 돌아온 어느 노신사의 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