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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두려워한 것을 영원히 무서워하기

HIT 375 / 정은실 / 2013-09-28


 

요즘 ‘굿닥터’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드라마 삼매경에 빠진 나를 보고 아이들이 ‘엄마, 재미있어요?’라면서 놀리지만

소아외과 의사들의 마음을 참 따뜻하게 그려낸 드라마라서,

보고 나면 가슴이 훈훈해져서 열심히 찾아서 봅니다.  ^^


며칠 전 봤던 장면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나왔습니다.

어릴 적 받았던 아버지의 폭행에 대한 상처가 너무도 커서

부모에 대한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후배의사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가 자기 앞에서 지르는 고함소리에 실신을 해버리고

자기 병원에 입원한 그 아버지가 암말기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두려워서 만나러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선배의사가 해주는 말입니다.


아버님한테 가봤어?

안 간 거야 못 간 거야?

진짜 자존심 상하거나 창피한 게 뭔지 알아?

능력이 좀 모자란 거? 돈 못 버는 거?

아니야. 한 번 두려워 한 것을 영원히 무서워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은 착각을 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용기라고.

(용기, 그거 아닙니까?)

아니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워도 계속 하는 게 용기야.


깊은 이야기를 참 쉽게 전달하지요? (드라마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직업병입니다. ^^)

대사 분석을 넘어서서 위 대사 중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진짜 자존심 상하거나 창피한 것은 한 번 두려워 한 것을 영원히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그런 것이 없나 생각해보니,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열 손가락이 모자랍니다.

한 번 두려워한 것을 영원히 무서워하며, 다시 시도해보지 않고 멈춰버리는 것은,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내가 아님을, 그 동안 성장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의 두려움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그대로 껴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약하고 상처 받기 쉬운 ‘작은 자기’ 모습에 갇혀서,

‘더 큰 자기’를 알아보지도 신뢰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드라마 '굿닥터'에서 후배 의사(주인공 박시온)는 결국 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

그 행동을 통해 어릴 적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한 뼘 더 성장합니다.

내가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