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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책읽고 대화하기 모임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준 글

HIT 301 / 정은실 / 2014-06-18

 

지난 1월 초에 자유게시판에 소개해드렸던, 아이들과 같이 책 읽고 생각 나누기 모임을 7개월째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우리도 각자 일정이 바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있어서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평일이 안 될 때는 주말을 이용해서 1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서, 낭독, 그리고 생각을 표현하고 듣는 힘을 기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의 힘을 빌려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엄마의 저의(?)를 아이들이 충분히 아는 나이인지라, 메시지가 있으면서도 흥미로워서 몰입할 수 있는 글,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대화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글을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글은 갑자기 찾아낼 수 없어서 평소에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 혹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미리 골라놓곤 합니다. 


그렇게 골라두었다가 지난주에 읽은 글 가운데 가족 모두의 반응이 좋았던 글 두 개가 있습니다. 두 개 모두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님의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로 받은 글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같이 생각을 나누기에 참 좋은 글이었습니다. 



< 글 1 : 모든 문제에는 예외가 있다. >


국제기구 ‘Save the Children’에 몸담고 있던 제리 스터닌은 1990년에 베트남 아동의 영양실조를 퇴치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시간도 재정도 허락되지 않은 열악한 조건에서 스터닌은 예외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경제적 상태임에도 아이들이 건강한 가정을 유심히 살펴본 것입니다. 그 결과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하루에 두 번씩 밥을 주는 일반 가정과 달리 건강한 가정은 같은 양을 나눠서 하루에 네 번씩 주고 있었습니다. 소화력이 떨어져 있는 영양실조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둘째, 건강한 아이들의 가정에서는 음식을 거르지 않도록 어머니들이 적극적으로 먹이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아이에게 적절하지 않은 음식으로 여겼던 새우와 게 그리고 고구마 잎을 밥과 섞어 먹임으로써 단백질과 비타민 등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스터닌은 이 방법들을 다른 가정에 전파했고 6개월 후 아이들의 65%에서 영양상태가 개선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산욕열과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산모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840년대에 오스트리아 빈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하던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이해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파들이 신생아를 받는 조산소보다 의사와 의대생들이 아이를 받는 분만실의 산모 사망률이 더 높았던 것입니다. 제멜바이스는 의사와 의대생들의 하루 일과를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분만실에 들어오는 의대생과 의사들의 경우에는 시신을 검안하거나 수술을 하고 난 후에도 손을 씻지 않고 분만실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세균감염의 개념이 없었던 때라 농부의 손에 흙이 묻어 있는 것처럼 의사의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에 제멜바이스는 소독세제로 손을 씻고 분만실에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11.4%의 산욕열이 1.27%로 현저하게 줄어들고 산모의 사망률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모든 문제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만성적인 무기력에 빠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 열심히 살았던 시기가 있고,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더라도 건강한 정신으로 살았던 시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늘, 항상, 언제나’와 같은 절대적인 수식어로 문제를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았던 예외상황을 찾아보고 이를 현재에 잘 적용하는 것은 변화에 있어 무척 중요한 점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짜증 때문에 늘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한 엄마는 가만히 살펴보니 아이들이 충분히 잠을 자거나 차분한 목소리로 ‘오늘은 엄마가 힘드니까 좀 도와줄래.’라고 부탁했을 때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잘 지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좀 더 확대하여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문제 상황에 부딪혀 있나요? 그렇다면 예외를 살펴보세요. 그리고 예외를 통해 효과적인 점을 찾아보고 이를 지금의 문제에 적용해보세요.

- 2014. 5. 7.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 756호-



< 글 2 : 계획오류 >


여행을 가거나 약속시간에 나갈 때 예상시간과 실제시간의 차이가 어떠세요? 대부분의 경우에는 예상보다 실제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가 예상할 때는 대개 실제 상황을 감안하기보다는 최적의 상황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즉, 예상된 시간에 출발할 수 있고, 차는 제 시간에 오고, 길은 막히지 않는 등 약속시간을 맞추는 데 방해할 게 없다고 생각하고 예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목표의 수행과정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늘 시간은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즉, 이렇게 실제 계획이나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을 ‘계획오류planning fallacy’라고 합니다.


심리학자 로저 뷸러Roger Buehler와 그의 동료들은 학위논문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언제 논문을 마칠 수 있는 지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예측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최선의 경우라면 평균 24.7일이 걸릴 것이라고 보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48.6일 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상 최종 논문 제출의 평균은 55.5일이 걸렸습니다. 즉, 자신들이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일주일이 더 걸린 셈입니다.


이렇게 계획오류가 생기는 이유는 첫째로 겉으로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를 떠나서 속으로는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을 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비현실적일 만큼 최적상황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계획과 바람대로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충대충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넷째는 불안과 욕심 때문입니다. 자신이 남보다 뒤쳐졌다고 느끼거나 앞질러가야겠다는 마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해야 할 것에 초점을 두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다가 에너지가 초기에 소진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할 일을 제때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반복적인 착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계획오류’란 사람인 이상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계획오류를 경험했을 때의 반응입니다.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은 계획오류를 경험했을 때 이를 자기이해의 계기로 삼고 자신에 맞게 계획을 수정해서 다시 시도합니다. 하지만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자기비난에 빠지거나 우발적인 요인으로 돌리거나 더 큰 결심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반복적인 계획오류를 범하고 맙니다. 즉, 계획오류를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일에 걸리는 시간을 과소평가하거나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잘 해낼 것이라 보고 또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당신도 혹시 반복적인 계획오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요?

- 2014. 5. 16. 당신의 마음을 깨우는 '문요한 에너지 플러스' 7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