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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602 / 정은실 / 2014-07-17

 

좋은 생각 8월호에 실린 이응인님의 詩 '수박끼리' 전문(全文)입니다.

수박이 왔어요 달고 맛있는 수박
김 씨 아저씨 1톤 트럭 짐칸에 실린 수박
저들끼리 하는 말

형님아 밑에 있으니 무겁제, 미안하다. 괘안타, 그나저나 제값에
팔리야 될낀데. 내사 똥값에 팔리는 거 싫타. 내 벌건 속 알아주는
사람 있을 끼다 그자. 그래도 형님아 헤어지마 보고 싶을끼다.
간지럽다 코 좀 고만 문대라. 그래 우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서
다시 태어나는 기라.

털털거리며 저들끼리 얼굴을 부비는 수박들


가만히 수박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그 수박이 되어버린 시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박과 하나가 된 시인의 마음에는 따뜻함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관찰하던 대상이 되어보는 것은 시인의 세계만이 아닙니다.

'뛰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로 1983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바라 매클린톡

(Barbara McClintock: 1902-1992)의 말에는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 내가 그 일에 빠져들수록 점점 더 염색체가 커지더라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정말로 거기에 몰두했을 때, 나는 염색체 바깥에 있지 않았어요.

그 안에 있었어요. 그들의 시스템 속에서 그들과 함께 움직였지요.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으니 모든 게 다 크게 보일 수밖에 없죠.

염색체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훤히 보였어요.

정말로 모든 게 거기 있었어요. 나 자신도 무척이나 놀랐지요.

내가 정말로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작은 부분들이 몽땅 내 친구처럼 여겨졌어요.

… 지극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나의 일부가 되지요.

그러면 나 자신은 잊어버려요. 그래요, 그게 중요해요.

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거 말이에요. 거기에는 더 이상 내가 없어요.”
(<생명의 느낌, 202쪽>, 사이언스온 2014. 3.21 이대한님의 글에서 재인용)


내가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는 것이 나의 세계가 됩니다.

고요히 깊게 들여다볼수록 그 세계는 더욱 선명해지고, 
어느 순간 그 세계 속으로 쑤욱 들어가 그것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합니다.

그때 참 평화롭습니다.


저는 요즘 R사의 멘토링 가이드 개발을 위해서

교산과 같이 여러 분들을 찾아가서 만나며 심층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질문과 귀한 침묵과 답변이 흐르며 깊은 차원에서 소통이 이루어질 때,

어느 순간, 말로 나누어지는 내용 이상의 것들이 공유됨을 느낍니다.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

내 앞의 대상을 귀하게 여기고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내가 언제 그리 할 수 있고 언제 그리 하지 못하는가를,

요즘은 인터뷰 활동을 하며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