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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 바다 아래,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공간...

HIT 110 / 정은실 / 2014-07-24



며칠 전, 경주 안압지 앞에서 연밭을 봤습니다.

7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가는 시간, 끝이 저 멀리 보이는 넓은 연밭에,

진 꽃, 지고 있는 꽃, 피어난 꽃, 피어나고 있는 꽃, 어린 봉오리들 아래,

녹색의 크고 작은 연잎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작은 정원에 한 두 송이 피어 있는 연꽃이나,

사진작가의 작품에 담긴 멋진 연꽃이나,

차로 지나가는 길에 멀리서 보았던 연밭이 전부였던지라,

모양 하나하나가 모두 신기했습니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다가 문득 연잎 아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연잎들 아래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그 사진이 그날 내 가슴에 가장 크게 남았습니다.


두런두런 누군가가 나누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은 공간,

시선을 돌리지 못해서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늘 그곳에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을 공간,

같이 간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한참 귀 기울이며 멍하니 앉아 바라보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남겨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 글 읽으시는 그대에게 그때 그 느낌 오롯이 전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