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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HIT 360 / 최학수 / 2014-09-02

 

주말에 '진짜 사나이'를 재밌게 보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의 훈련소 체험기.

여자들과 군대의 만남이 주는 묘한 긴장이 있다. 때로 유쾌하고 떄로 안쓰럽다. 이따금 불편함도 있다. 상명하복, 따지지 말고 복종, 느낌이나 생각대신 행동, 하면 된다, 시간 엄수, 대동단결, 나보다 우리, 동작 일치, 악으로 깡으로, 정신 일도... 

먼 옛날, 나도 훈련소란 걸 경험했다. 바짝 쫄아서 엄범덤벙 비몽사몽 어리버리 그랬다. 육체가 정신보다 우위임을 알았고 놀랍게도 이따금 정신이 육체의 지배에 저항하는 때가 있다는 것 또한 알았다. 정신의 반역이 가능한 건, 역설적이게도 육체에 가해질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육체의 승리다.

조직은, 특히 군대는 두려움으로 사람을 복종하게 하고 길들인다. 발을 못 맞출 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할 때, 행동이 재빠르지 못할 때, 윽박지르고 벌주고 정신을 혼미케 하고 구타한다. 훈련생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진지하게 이해하고 설득하면 더 효과가 클 텐데 말이다. 그런 부드러운 리더십이 눈에 띄는 군기 혹은 절대 복종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진심의 규율과 자발적 충성은 얻을 수 있을 텐데... 쉬운 길, 안전한 길을 택하는 대신 남이 가지 않은 신천지, 모험을 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상상해본다. 어쩔 줄 모르는 훈련병, 나른한 부하, 진지하지 못한 신입 앞에서,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무엇이 힘든지, 심정이 어떤지, 무엇을 도와주면 몰입이 될 지 호기심을 갖고 묻는 교관, 상사, 리더를. 우리는 왜 묻지 않는 걸까? 우리는 왜 겁주지 말고 내 말을 들어달라고 요구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왜 인간적인 대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그런 상상과 시도조차 못하게 가둔 걸까?

군대(조직)란 본래 그런 곳, 찍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실 나도 그때 묻지 못했다. 왜 교관이 건드리면 관등성명이 득달같이 나와야 하는지, 왜 화장실을 혼자가 아니라 모여서 가야하는지, 왜 피복을 각을 세워 개야 하는지... 지금 다시 입소하라면 정말 묻고 싶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