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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그램의 열정발전소 '티모스' - 우종민 교수

HIT 889 / 정은실 / 2015-03-13

 유일하게 '새'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고 찾아오는 계절 '봄'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낮산책을 하면서 노란 얼굴을 아주 살짝 내밀고 있는 개나리를 봤습니다.
남녁에는 꽃망울이 많이 터지기도 하고, 봄눈이 내리기도 했다지요.
어떠하든 대지에는 뜨거운 생명의 기운이 한 두 발 차이로 가득하네요.

자연으로 나서면 새봄의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데
몸은 의식하지 않으면 수시로 노곤해지며 아직도 겨울입니다.
이래저래 요즘 몸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도 더 많아졌습니다.
이병창님의 '몸의 심리학'을 읽으며, 신체 각 부분과 마음의 관계를 섬세하게 느끼고 있는 중인데,
오늘은 인터넷에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종민님의 글을 만났네요.
우리 안에 실제로 있는 신체기관 '티모스'를 통해서 열정을 꽃 피우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재미 있습니다. 읽어보세요. M매거진 3월12일자에서 퍼왔습니다.
http://mzine.mk.co.kr/v2/index.php?TM=M3&RC=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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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그램의 열정발전소 '티모스'

요새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티모스를 잃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목격한다. 기업에서 강연을 하거나 진료실에서 직장인들을 만나보면, 원기 왕성함이나 용기가 느껴지지 않고, 다들 지쳐 있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썩고 있는 것이다. 직원 식당에 가 보아도, 고개를 푹 숙이고 몇 숟갈 떠먹고 일어나고 만다. 모두 실적과 숫자의 노예요, 탈진증후군이 만연한 세상이다. 가슴속 생명력도 없는 사람이 무슨 힘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수동적으로, 마지못해 하고 있는 꼴이다.

수명은 늘어나고 퇴직은 빨라졌다. 힘겨운 인생마라톤의 시대다. 비즈니스맨들의 고뇌와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실종된 기백과 용기를 살려내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티모스’가 절실하다. 의욕을 끌어올리고 열정을 꽃피우는 것, 개인과 조직의 용기와 기백을 잘 살려주는 것, 그래서 역량을 키우고 도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티모스의 역할이다.

티모스를 아시나요?


‘티모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투 중에 타오르는 정당한 분노처럼 무언가 움직이고 변화하는 기운을 ‘티모스(thymos)’라고 명명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 영혼의 3요소를 욕망, 이성, 티모스로 정의하였다. 욕망의 정의는 쉽게 짐작할 수 있으며, 이성 또한 근대 이후 합리주의적 성향이 강조되면서 익히 잘 알려진 개념이다. 그러나 용기, 기백, 열정을 뜻하는 티모스가 왜 근본적인 영혼의 요소인지에 대해서는 의아해 할 수 있다. 설명에 따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도전해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용기와 기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티모스는 자아를 지켜줄 수 있는 근본 힘이기 때문에 영혼의 중요 요소라고 명명한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티모스는 우리 몸의 어디에 있는 걸까? 먼저 차가운 이성이 자리하고 있는 머리는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용기와 기백을 느낄 때에는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열정의 발전소인 티모스는 가슴 한복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대 과학에서 바로 그 가슴 한복판에서 면역기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현대 의학의 연구진들은 ‘면역’이란 생존을 위해 외부 공격에 맞서는 싸움이기 때문에 이것을 나를 지키는 용기, ‘티모스’라고 명명했다. 티모스는 우리 몸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지금 가슴 한복판, 목 밑에 뼈를 짚어보자. 양쪽 갈비뼈 사이에 있는 딱딱한 뼈가 느껴지는가? 이 뼈를 복장뼈라고 하는데, 이 안에는 약 20g 내외의 작은 면역기관이 있다. 의학 용어로 가슴샘 또는 흉선(胸線), 영어로 티모스(thymus)라고 하는데, 그리스의 티모스(thymos)와 같은 어원이다.


우리는 왜 그동안 티모스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것일까? 면역기관으로서 가슴샘은 어렸을 때는 크기도 크고 기능도 활발하지만, 성인이 되면 퇴화된다. 가슴샘이 퇴화됐다는 사실에서 정당한 분노와 용기를 뜻하는 티모스가 사라진 현대인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생활 기간이 오래될수록 용기와 기백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을 더 자주 경험한다.


이렇게 티모스에 대해 공부한 이상, 우리는 실종된 티모스를 찾아내야 한다. 퇴화되어 흔적만 남은 가슴속의 티모스를 부활시켜야 한다.


내 안의 티모스는 얼마만큼 존재할까?


다음 내용을 참고하여 각자의 가슴에 남은 티모스의 강도를 측정해 보자.


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다.

②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욕구를 참고 절제해야 한다.

③ 어려운 일일수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④ 나는 열정적이다.

⑤ 칭찬을 받으면 내 능력을 더 잘 발휘한다.

⑥ 남에게 무시당하지 말고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⑦ 나는 주변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⑧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중 6개 이상에 “네”라고 대답했다면 티모스가 강한 상태이다.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불굴의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4~6개라면 보통 수준이며, 3개 이하라면 티모스가 약하고, 열정과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상황을 변화시킬 주도성을 포기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상태이다.


티모스를 강화하는 방법


그렇다면 내 안의 티모스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자신의 티모스가 가장 활발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도전을 해서 성취했던 경험, 어떤 열망으로 가슴이 뛰었던 경험, 좌절을 딛고 용기를 내서 무엇인가를 이루었던 경험,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제대로 인정받고 자존심도 지켜냈던 경험, 그걸 떠올리는 순간 우리 뇌는 잠시 창문이 열리고 티모스가 되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1973년 노벨상 수상자였던 로렌츠 박사가 말한 ‘결정적 순간’이다. 오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 움직이는 것을 어미로 여기고 졸졸 따라 다닌다고 한다. 이 현상을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티모스가 가장 활발해서 어려움을 이겨냈던 그 결정적 순간의 기억을 뇌에 각인시켜야 한다.


둘째, 결정적 만남을 찾으라. 위축된 티모스는 혼자서 살려내기 어렵다. 잠재된 나의 열망을 알아보는 인연을 만나야 한다. 그 좋은 인연은 지금 내 옆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동료일 수 있고, 팀장일 수도 있으며,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온전한 나를 만남으로써, 나도 누군가의 열망을 찾아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셋째, 결과가 아닌 과정을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열정 발전소 ‘티모스’를 가동시키는 연료는 바로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이다. ‘담배를 끊자’, ‘운동을 하자’, ‘제 2의 인생을 준비하자’ 등 중간 과정도 없이 결과만 정해 놓은 목표는 곤란하다. ‘한 달에 한 번씩 요리하기’, ‘푸시업 1개씩 늘리기’ 등 구체적인 과정을 짚어주는 실행 목표가 좋다. 디테일한 과정 목표를 조직원들과 같이 설정하고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대인관계에서 채워지지 않은 욕구(unmet need)를 파악해 보자. 티모스가 강한 사람끼리 만나면 경쟁심이 발동해서 갈등이 커지기 쉽다. 이럴 때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저사람도 티모스가 강한데 그게 충족되지 않아서 저러는구나’ 라고 가슴속 티모스의 불만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만약 다윗이 골리앗에게 항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은 생명을 보존하고 굶주림을 피함으로써 욕망은 충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예가 된 민족은 이성의 힘으로 합리적인 발전을 꾀할 수 없다. 게다가 용기와 기백을 잃으면 영혼을 잃게 된다.


플라톤이 말한 영혼의 3요소인 욕망, 이성, 티모스를 지키기 위해 다윗은 돌팔매를 택했고 결국 민족의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욕망을 용기로 바꿔낼 수 있는 힘, 바로 티모스가 꼭 필요한 것이다.


이제 오른손 주먹을 살짝 쥐고 가슴팍을 툭툭 쳐보자. 그리고 티모스에게 “티모스야, 이제 깨어날 시간이야”라며 깨워보자. 20g 정도의 작고 가벼운 티모스가 우리의 용기와 열정의 기관차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모두 활기찬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