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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알아차림, 그리고 아름다운 비상

HIT 106 / 정은실 / 2015-05-20




그저께 토요일, 오랜만에 산책을 했습니다.

3월 말부터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중환자실과 일반실을 오가며 입원을 하고 계셔서

강의가 없는 날은 병원에서 아버님 간호를 하며 시간을 보내느라 쉬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밝은 시간에 여유롭게 산책하는 호사를 오래 누리지 못했습니다.


목적지 없이 천천히 오가다가, 집 근처 평촌역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평촌역 광장에 있는 분수에 시원스런 물줄기가 뿜어 오르는 것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다가,

문득 시선이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조각들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하반신이 바닥에 묻힌 형상의 조각에 드리워진 오후의 그림자.

그 그림자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

그 시선 앞에 비상하는 조각상.

같은 작가의 작품인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 마음으로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성격의 감옥에 가두고 있음을,

정직하고 부드럽고 힘 있게 알아차릴 때,

아름다운 비상이 시작된다.


두 조각상을 보며 위와 같은 메시지가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아마도 요즘 에니어그램을 도구로 여러 조직에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10년 이상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며 전파하면서

해가 갈수록 더 깊게 울려오는 그 메시지에 공명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내가 요즘 어디에 초점을 두고 살고 있는가를 알아차리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