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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Flow)

HIT 700 / 최학수 / 2007-06-26



지인의 소개로 ‘몰입’을 다룬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보았습니다. 이미 몰입의 즐거움(flow)이나 몰입의 경영 등 관련 서적을 본 바 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던 주제였으므로 다큐의 내용이 새롭거나 특별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책 ‘몰입의 즐거움’을 화면으로 충실하게 옮겼구나, 우리나라 사람의 사례를 잘 발굴했구나 하는 것이 다큐를 본 전반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큐를 통해 몰입을 책과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입니다만, 몰입은 크게 2종류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직장인이 자전거로 사막 횡단하기, 취미로 라틴 댄스 배우기, 전문 마라토너가 아니면서 즐기며 마라톤 하기 등이 한 종류의 몰입입니다. 또 다른 종류의 몰입은 자동차 튜닝 좋아하다 튜닝을 업으로 삼은 이, 손 뜨개질에 미쳐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최고의 뜨개질 전문가가 된 이,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요금 걷고 잔돈이나 영수증을 주는 일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수행하는 이, 수학 문제 하나에 몇 시간이고 골몰해서 마침내 그 이치를 스스로 깨치고 답을 찾아내는 학생 등에게 발견됩니다. 2가지로 구분한 몰입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앞의 것은 직업이 아닌 다른 분야 이를테면 취미에서 몰입 경험을 하는 경우입니다. 직업과 몰입 경험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직업과 무관한 분야에서의 몰입 경험이 직업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직업 외의 활동에서 몰입 경험을 한 이들 혹은 그 동료들에 말에 따르면, 몰입 경험을 통해 얻은 성취감, 자신감이 직업에서의 업무 수행 및 대인 관계로 전이되어 일을 활력 있게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특정 영역에서의 의미있는 성취나 자신감이 삶 전반에 대한 유능감 나아가 자존감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취미에 몰입할 때와 직장에서 근무할 때, 그들이 보이는 에너지와 열정은 매우 큰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몰입을 경험하는 그 아름다운 얼굴이 업무 수행시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몰입은 직업에서 몰입 경험을 하는 경우입니다. 흔히 직장인들이 꿈꾸는 경우겠지요.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경우입니다. 프로그램에 소개된 몇 가지 예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일반인이 보기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직업에서 훌륭한 몰입을 보여주는 직원의 사례였습니다. 요금소에서 돈 받고 영수증과 잔돈 건네 주는 일을 하는 한 직원은 그 일을 빈틈없이 체계적으로 절차화하고 한치의 군더더기 행동 없이 숙련되게 수행하였습니다. 가히 장인의 경지 그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일을 게임 하듯이 즐겼는데 이를 테면 100원 짜리 동전을 일일이 세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10개를 집어 든다든지, 다양한 손님과 짧은 순간 대화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는 일에서 작은 도전 거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성취하면서 보람과 의미를 찾았습니다. 몰입의 원천 혹은 일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사례가 이전에 배운 적이 없는 미적분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는 평범한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은 2~3일 동안 수학 문제 하나에 온 생각을 모으고 고민하고 탐구하여 뉴우튼 같은 천재가 발견한 수학의 원리를 스스로 깨우쳤습니다. 이치도 모르고 공식을 외우고 답만 쓰는 기존의 학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효율 보다 더 중요한 게 생각을 모으는 것, 스스로 깨우치는 것, 자기를 믿는 것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몰입하면 누구나 잠자고 있는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습니다.

 

다큐를 본 후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나의 몰입 경험은 언제 무엇이었는가? 현재 나는 나의 일에 1000% 몰입하고 있는가? (일반인이 20~30% 몰입하는데 비해 최고 수준의 몰입자들은 1000% 몰입한다고 합니다. 100%가 아닌 1000% 말입니다) 일에 몰입하기 위해 지금 무슨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